외국인은 절대 타지 마세요
아프리카에서 지내는 동안 매일 수많은 택시와 모토를 본다. 차가 한 번 막히면 기본 한 시간, 많을 때는 20분 거리를 2시간 넘게 걸릴 때도 있다. 차 안에 갇힌 채로 길이 막히더라도 역주행을 하면서 시원하게 달리는 모토를 보면서, 위험하더라도 차에서 벗어나서 현지인들처럼 모토를 타고 가고 싶다는 생각만 수백 번은 했을 것이다. 현지인이 아니라면 절대로 모토를 탈 수 없다는 불문율 때문에 한 번도 도전해본 적은 없다. 앞으로도 도전해 볼 수 없을 것이다. 모토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면허증이 있는지도 모를뿐더러 모토를 정부나 기관에 등록을 하고 운행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가 나거나 목적지가 아닌 이상한 곳으로 가더라도 현실적으로 외국인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현지인들이 순수하기는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꼭 찔러보는 식으로 돈을 더 요구하기 때문에 시세보다 많을 때는 10배 넘는 요금을 요구할 때도 있다. 시세의 10배가 넘는 금액이어도 그렇게 비싸지는 않지만 바가지를 씌우면 기분이 나쁘긴 하다.
이곳에서 택시를 타는 사람들은 아주 오래 산 외국인들이나 현지인들 뿐이다. 프라이빗한 택시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아서 타는 외국인은 거의 드물다. 택시에 창문이 없는 것은 기본이고, 문이 잠기지 않는 택시도 수두룩하다. 저런 차가 굴러가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 경우가 많았다. 택시의 색깔은 무조건 노란색이고, 마티즈와 비슷한 차종이 대부분이다. 그 작은 차에 여섯 명씩 타는 모습을 보면 처음엔 위험해 보이고 신기했는데 나중에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트렁크에도 사람이 낑겨타있고, 앞자리에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에도 사람이 탄다. 가끔씩은 택시 위에 짐을 엄청 많이 올려서 가는 경우도 있다. 패트와 매트가 침대 매트리스를 차 위에 올려서 이동시키는 장면이 내 눈앞의 현실이 되었을 때의 기분이란.
나도 택시는 딱 한 번밖에 안 타보았다. 현지에서 지내는 외국인들은 보통 기사를 고용하기 때문에 택시를 탈 일이 거의 없다. 그리고 외국인이 직접 운전하는 경우는 대부분 10년 이상 현지에서 지내서 완전히 적응한 사람들이어야 가능하다. 내가 택시를 탄 것도 길에서 택시를 잡은 건 아니고 급하게 나갈 일이 있어서 아는 사람을 통해 택시 기사에게 연락해서 타고 나갔었다.
처음에 탈 때는 차가 너무 작아서 자리도 좁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에 든 생각은 저녁에 나가서 정말 다행이라는 사실이었다. 낮에 이 택시를 타고 시내를 나갔다면 열려있는 창문 사이로 경찰들이 당당하게 돈을 요구하고 사람들의 니하오를 무지하게 많이 들었을 것이다. 택시를 타는 동안 다시는 택시를 안 탈 것이라는 다짐도 했었다. 이렇게 비위생적이고 안전하지 못한 택시라니. 아는 사람을 통해서 탄 택시라서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내가 원하는 목적지가 아니라 이상한 곳으로 가버려도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택시의 내부는 정말 엉망이었다. 뒷좌석 왼쪽 창문은 아예 없었고 문 잠금장치가 뼈대만 남아있었다. 오른쪽 창문은 고장이 나서 닫히지 않은 채로 달려야 했다. 살다 살다 자동차 문의 잠금장치가 다 망가져서 쇠꼬챙이만 남아있는 모습은 처음 봤다. 매일 보던 택시였지만 내가 실제로 안에서 타니까 너무 다른 느낌이었다. 굉장히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함과 나름 스릴 있고 재미있다는 감정이 공존했다.
목적지를 말하자마자 신호 체계가 잘 잡혀있지 않기 때문에 무작정 빠르게 달린다. 끼어들기나 신경질적인 클락션 소리는 기본이었다. 창문이 없어서 매연을 그대로 맡으면서 달리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릴 때는 문이 고장 나있어서 한쪽으로만 내릴 수 있었고 처음에는 문이 안 되는 것도 몰라서 내가 고장을 낸 줄 알고 안절부절못했었다.
이곳의 택시는 기본적으로 창문 하나 정도는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모든 아프리카가 그런 것은 아니고, 내가 지내고 있는 곳은 워낙 환경이 열악하고 빈부격차가 심한 곳이기 때문에 그렇다. 가끔은 택시뿐만 아니라 일반 차량도 창문이 없을 때도 있다. 창문이 없는 곳에 테이프를 꽁꽁 붙여서 창문처럼 만들어놓는 차량들이 대부분이다. 가끔 정말 심한 차들은 문 한쪽이 아예 없을 때도 있다. 차 외관이나 범퍼에 상처가 있는 것은 기본이고, 움푹하게 들어간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작은 접촉사고가 나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각자 갈 길을 간다.
아프리카에 지낸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차 뒤에 매달려가거나 트럭 꼭대기에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신기해서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다. 버스도 봉고차같이 생겼는데 문을 열고 달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문을 열고 달리는 그 봉고차 버스의 문에 매달려서 가는 사람들도 많다. 버스 맨 뒤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은 보통 무임승차를 하는 것이라고 현지인 친구가 알려주었다. 버스 기사한테 안 걸리기 위해서 몰래 매달려있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버스가 출발하면 뒤를 살살 쫓아가다가 안정감 있게 매달려서 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자연스럽게 점프해서 인파 속으로 섞여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온다. 목숨을 건 무임승차라니.
택시도 타보고,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들도 보고, 엉망진창인데도 굴러가는 자동차들을 보다 보면 물질적인 것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걸 느낀다. 그래, 자동차가 굴러가기만 하면 되지. 아프리카에 오기 전에는 자동차에 흠집이 하나 나기만 해도 굉장히 속상하고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었는데 이제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모순적이긴 한데 아프리카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화가 많이 사라지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교통체증도 장난 아니게 심한 곳이라서 가끔은 두 시간씩 차에 갇혀있을 때도 있다. 이제는 차가 막히면 막히는 대로 인생에 맞춰서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을 배우게 된 것 같다. 나름 인생을 여기에서 배워가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