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ing North California State Cup Final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은 한 달 전에 10살이 되었어요.
솔직히 말해 그냥 조금 축구를 좋아하는데 승부욕이 있거나 운동신경이 있는 몸이 아니에요. 뛰는 모습을 보면 말이나 치타처럼 자세부터 다른 애들이 있는데 우리 아들은 뒤뚱뒤뚱 뛰어요. 그렇게 열심히 뛰어서 공을 차지해야겠다는 마음도 없어 보여요. 양보를 엄청 잘하지요. 아시아계 엄마들은 대부분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요. 객관화를 잘하고 솔직한 걸까요? 부정적인 걸까요?
내 주위 미국 엄마들은 이렇게 아들을 까는 소리를 많이 안 하는 것 같아요. 언제나 최고다 정말 잘한다 그런 말만 하고 있죠. 근거 없는 칭찬이 사람을 얼마나 무너뜨릴 수 있는지에 대한 글을 읽었어요. 너는 스페셜하다는 말을 들은 밀레니얼들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지요.
내 몸에 배어있는 아시아적인 또는 미국적인 문화적인 반응 말고 내 스타일의 양육을 하려는데 뼛속까지 스며든 무의식적인 반응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네요. 부모가 되는 것은 끝없는 공부 그리고 훈련의 길 같아요.
본론으로 들어가 아들의 축구팀은 일 년 넘게 이기는 경기가 없었어요. 이긴 경기가 하나 생각나요. 선수가 모자란 외곽지역 팀이었지요. 선수가 다쳐서 경기에서 빠져도 뛸 선수가 없었던 그 팀과의 경기에서는 이겨도 공평한 경기는 아니었죠. 급기야 부모들이 뒤에서 코치를 비난하고 팀에서 탈퇴하기 시작했어요.
새 시즌이 시작되고 새 코치가 왔어요. 시작하자마자 훈련 때마다 3마일 이상씩 뛰게 하니 아이들이 고문을 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코칭도 뭔가 남달라 보였어요. 그런데 경기마다 조금씩 이기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그렇게 반년이 흐르고 이번 북부 캘리포니아 스테이트 컵(State Cup) 파이널에 올랐어요.
실력이 없는데 얼렁뚱땅 운으로 세미파이널에 왔다고 생각했어요.
일 년 넘게 너무 오랫동안 지는 게임만 해왔더니 아예 믿음이 사라졌어요.
스테이트 컵에서 세미파이널에 올라 오늘 경기했어요.
전반전 2대 0으로 지고 있을 때 부모들은 오늘은 글렀고, 내일도 져서 4등 하면 뭐라고 부르는 거냐는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정신 차리고 열심히 응원하자고 했어요.
후반전도 한참 지나 레프트 윙에서 뛰는 우리 아들이 한골을 넣었어요. 희망이 생겼어요. 그러다가 또 다른 선수가 또 한골을 넣었어요. 동점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어요. 막상막하의 실력이었어요. 후반전도 끝나고 연장전을 들어갔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어요. 이 정도 되고 알았어요. 코칭도 달라졌지만 이 아이들 실력도 늘었구나.
연장전을 두 번 해도 승부가 나지 않아 페널티 킥으로 들어갔어요.
우리가 5:3으로 이겼어요. 이런 심장이 쪼그라드는 드라마틱한 경기는 눈앞에서 봤어요. 월드컵과는 또 다른 맛이네요.
내일 파이널에서 붙게 될 팀은 같은 클럽의 상위 레벨이에요. 이 꼴찌팀에서 잘하는 애들만 뽑아서 그 상위 팀에 넣어준 덕분에 우리는 키 플레이어를 항상 잃었어요. 몇몇 월등히 뛰어났던 친구들이 있는 그 상위팀과 붙는다니 아이들은 벌써 졌다고 생각하고 있어 용기와 희망을 주려고 하고 있어요. 나는 이런 상황에서 희망과 용기를 스스로 가질 수 있는 사람일까 생각해봤어요. 그런 걸 잘해본 부모가 잘 가르치겠죠. 말로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겠죠. 아들을 키우면서 저는 인생에 대한 자세가 달라진 것 같아요. 이렇게 아들을 통해 다양한 인생의 맛을 경험하는 중이에요.
내일 만약 우리가 이기게 되면 상위팀 하위팀의 개념이 없어지는 거예요.
정말 재미있는 인생역전 스토리 같네요.
결과가 어떻게 될 것 같으신가요?
하위팀에 베팅해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