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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큐 Miss Que Aug 21. 2020

미국, 험난한 온라인 개학 첫날

모두에게 익숙해질때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42도 더위에 에어컨이 있는 집으로 10시간을 운전해 다른 도시로 온 지 6일째, 초 2 아들의 학교가 개학했다. 온라인 수업이다. 준비 없이 온라인 수업을 맞이한 지난 학기와 다를 것이라고 예고한 것처럼 비장한 스케줄표로 아이들을 8AM-2:30PM 까지 붙들어 뒀다. 왠지 예감은 좋다. 예감은 항상 좋다. 예감만 좋다.


8시 온라인 등교를 해야 하는 아들은 10분 전까지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고 숙면을 취하고 계셨다. 남편과 똑같다. 흔들어 깨울수록 약 올리듯 더 깊은 숙면으로 빠진다. 그렇게 오래 자길 바랬던 유아시절에는 꼭두새벽부터 엄마를 깨워 대더니, 왜 학교를 가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늦잠을 자는지, 잠을 유발하는 성장호르몬? 어떤 호르몬이건 왜 이때 나오는지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캘리포니아 등교시간을 늦추는 법안을 통과하고 평균 30분 늦어진 새 등교시간을 2022년부터 시행하기로 되어있었다. 70-80년대의 고등학교 등교시간은 9시였다며, 빨라진 등교시간 8시는 부모들의 출근시간과 연관이 있는 걸로 보인다고 했고,  3년간의 연구로 하루를 늦게 시작한 10대들의 학업 성취도와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 법은 시행 전인  지금 아직도 찬반 논란이 많이 있다.  


다시 우리 집 온라인 수업이야기로 돌아오면, 편한 잠옷바지에 말끔한 티셔츠, 줌복장으로 스크린 앞에 앉은 아들은 그래도 선생님과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 기분이 들떠있었다. 출석체크 중인 틈을 타 과일을 먹은 아들은 바로 선생님께 경고를 받았다. 침대에 누워 있는 아이도 보인다. 선생님은 매의 눈으로 아이들을 다 잡아내셨다. 첫날은 아주 가볍게 앞으로 수업 형태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시스템 테스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고 개별과제를 하는 시간, 선생님의 컨트롤로 아이들을 개별 줌 방(Break down Zoom room)으로 보낸다. 그러면 스크린에 친구는 보이지 않고, 각자 받은 과제를 카메라 앞에서주어진 시간 안에 하는 것이다. 기대 이상으로 아들이 선생님의 지침에 따라 타이머를 맞추고, 그동안 혼자 진지하게 스피치 연습을 한다. 나는 웃음이 나오는걸 열심히 참았다. 개별과제 시간 중 질문 버튼이 따로 있어, 클릭하고 기다리면, 순서대로 선생님과 일대일 대화창이 켜진다. 시간이 다되면 다시 선생님이 스크린에서 아이들을 부른다. 과제는 안하고 밥을 먹고 온 아이도 두명 있다. 선생님은 그 두엄마들을 불러 밥은 점심시간 50분에 맞춰 먹어야한다고 모두가 들리게 말해줬다. 예상치 못한 사고도 생긴다. 음소거 버튼을 누르지않은 한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소리를 치며 끝날줄을 모르고 그 아이를 나무라고 있었고, 그 소리는 24명 줌 클라스에 생중계로 울려 퍼졌다. 선생님은 우리집에서 나는 내 목소리인줄 알고 우리아들에게 엄마 좀 조용히 시키라고 말한다. 쿨한 아들은 아니라는 한마디 변명도 해주지 않았다. 온라인 수업이 모두에게 익숙해질때까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수업이 끝나자 내 폰이 신나게 울리며, 엄마들의 그룹 메시지가 바쁘게 오갔다. 부모들 대부분 만족하는 눈치다. 아직 시행착오가 있지만 이렇게 시작한 온라인 수업은 앞으로 잘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2020-21 학기 개학 수업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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