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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큐 Miss Que Aug 22. 2020

자기소개 한줄도 못쓰는 나, 어쩌다 브런치

예전 비행기에서 만난 한 남자가 조그마한 수첩에 빽빽하게 무언가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무얼쓰고 있는지 물어보니 일기를 쓴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일기를 매일 써왔고, 이 작은 수첩 일기장이 제일 소중한 자신의 보물인데, 헤어진 여자 친구가 자신과 다툰 후 홧김에 어릴 적 일기장을 다 버려서 속상하다고 했다. 그의 오골오골한 일기장은 내눈에도 반짝반짝 빛났고,  나도 그런 일기장을 가지고 싶었지만 한순간에 일기 쓰는 습관을 가지기는 어려웠다. 몇 년 후 다른 외부 계기로 나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혼자만 보는 일기는 낙서장처럼 내 생각을 쏟아내고 다시는 읽어보지 않았다. 지나간 드라마는 다시 보지 않는 내 성격처럼, 나는 지나간 일기를 돌아보지 않았다.


SNS에 친구들 사이에서 조차 나를 드러내는것이 불편한 나이다. 이렇게 드러내지, 않고 표현하지 않으니 나도 나를 알기 어려웠다. 이런 내가 어쩌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다. 몇 달 전까지 브런치의 존재도 알지 못했던 이다. 나도 글을 한번 써보고 싶었지만, 내가  특별한  있다고 사람들이  글을 읽을까?. 내 이야기는 너무 평범하고 내가 잘하는 것들은, 더 잘하는 사람들은 많다고,  안에 내가 나에게 속삭인다. 이런 내 안에 나 때문에 시작도 못했던 이다. 이제  안에 너무  기준과 잣대는 내려놓고, 내 짧은 생각, 유치한 문장이라도 써내려 가보고 있다. 일단 쓰기 시작하니 내가 몰랐던 다양한  생각과 모습이 보인다. 생각을 고쳐 먹었다. 평범할수록  궁금한 이야기,  공감 가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브런치에는 이런 내 글을 읽고 라이크를 눌러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이 글을 읽으셨던 안 읽으셨던, 누군가가 이 페이지에 다녀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게 무한한 자극이 된다. 한번 쓰고 영원히 보지 않았던 내 일기와 다르게 브런치에 발행한 글은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고치게 된다. 그리고 여러 시각에서 나를 바라보게 만든다.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른다. 브런치에 가입하면서 자기소개를 쓰는 것조차 어려웠다. 가입한 지 몇 달이 지난 오늘, 처음으로 이렇게 생각을 고쳐먹고, 마음에 안 드는 자기소개라도 일단 숨지않고 드러내 보이기로 했다. 내 마음에 쏙드는 나와맞는 자기소개 문장이 나올 때까지 곰곰이 생각하고, 꾸준히 고쳐볼 생각이다.


8/22/2020 브런치 첫 자기소개
언제나 사춘기, 고장 난 심장을 가지고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떠돌이, 진로 고민만 6년째인 아이 영아의 브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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