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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큐 Miss Que Aug 27. 2020

할머니와 닭한마리


아들이 6살 때였다. 집에서 잘 있다가 옆집형이 자기 뺨을 때렸다고 하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맞은걸 이제야 이야기한다. 그 형이 절대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 일어난 일이라는 게 의심스러웠지만  아들을 믿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 옆집 아이는 얼굴에 거미가 있다고 크게 소리치며 뺨을 때렸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한참 거미 때리기가 유행을 하고 있었고 장난으로 심하게 뺨을 때렸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옆집 아이가 동생을 가차 없이 때리는 걸 목격한 지 며칠이 안돼서 사실 내 안에 그 아이를 의심하는 마음도 있었다.


나는 궁금하기도 해서 4학년인 옆집 아이에게 가서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옆집 아이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하게 아무런 감정의 변화 억울함도 없이 아니라고 지속적으로 그리고 간결히 말했다. 그런 과도한 차분함 때문에 더 믿음이 가지 않았다. 나는 옆집 아이에게 나에게 나중이라도 더 할 말이 있으면 언제든 벨을 누르라고 말했다.


창밖을 보니 옆집 큰형은 그 아이를 불러 자전거를 타고 둘이 코너를 돌아 어디론가 갔다. 그 모습은 꽤나 불안하고 다급해 보였다. 잠시 후 저녁 준비를 한참 하고 있는데, 띵똥~ 벨이 울렸다. 그 옆집 아이였다. 속으로 그럼그렇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되려 그 아이는 우리 아들이 자기가 거짓말한 거라고 본인에게 사실대로 말했다고 했다. 나는 그렇다면 처음 의심하고 물어봤던 거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던 아들이 들어와 다시 물어보니 큰형, 작은형 둘이 와서 본인에게 거짓말했다고 말하라고 다그쳐 그냥 알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괜히 아이들의 유치한 말장난에 내가 말려든 느낌이다. 나는 아들에게 아무리 중학생 형이 와서 겁나게 협박해도 안 한 건 끝까지 안 했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한 대로 계속 말을 바꾸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진실과 허상을 착각하는 나이는 지난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 누구도 믿을 수 없으니 더 이상 캐지 않기로 했다. 처음부터 캐묻지 말아야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끼리 놀다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충분히 있을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짓말 한 쪽은 분명 잘못을 지적받아야된다고 생각하지만, 진실을 가리기가 힘들다. 어느순간 두 아이의 머릿속엔 자기주장이 진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어느새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아주 잘 어울려 키득대며 우리동네를 시끌시끌하게 하며 사이좋게 놀고 있다  


이 일이 있고 나는 예전에 들은 한 이야기를 아들에게 해주었다.


어떤 할머니가 어릴 때, 학교를 마치면 아빠가 일하는 가게에 가서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대. 그 할머니의 아빠는 닭을 키워 닭고기를 파는 일을 했어. 어린 할머니는 마당에 닭이 모두 없어지면 아빠와 함께 집에 갈 수 있었어.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고, 어린 할머니는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커져 마당에 나가 닭이 몇 마리가 남았나 확인하고 또 확인했어. 결국 한 마리 닭이 남았고, 한 여자 손님이 들어왔어. 어린 할머니는 부푼 가슴으로 마지막 닭이 팔리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어. 할머니의 아빠는 닭의 무게를 재고, 손님에게 몇 파운드 있지 이야기를 해주었어. 손님은 더 큰 닭이 없는지 물었고, 할머니의 아빠는 다른 닭이 있다고 말했어. 잠시 후 아빠는 같은 닭의 무게를 재어 보이며 더 큰 무게의 숫자를 손님에게 말했지. 분명 닭은 한 마리뿐이었는데 아빠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어린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었어. 어린 할머니는 심장이 두근거려 그 자리에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어. 어린 할머니가 더 이상 이 장면을 보기 힘들어 나가려는 순간, 그 손님은 할머니의 아빠에게 그 작은 닭과 큰 닭 두 개 다 달라고 주문했어. 할머니는 그 길로 상점을 뛰어 나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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