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좀 크더니 요구사항이 디테일 하다..근데 이번엔 땡큐~^^
여느날과 다름없이 분주한 아침이었다.
매일 아침 4살 딸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입혀서 시간 맞춰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8개월 둘째도 먹이고 입혀서 큰아이 등원하는데 동행해야 하니
아침은 늘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갑자기 머리를 풀라고? 엄마 골룸인데?
그런데 며칠전 전쟁같이 준비를 마치고 현관을 나가려고 하는 순간!
딸아이가 갑자기 ‘엄마 머리 풀고 가~’ 라고 말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지?
아이의 눈을 보면서 3초간 멍~ 해졌다.
‘ 엄마 지금은 머리 못 풀러 그냥 묶고 갈게~’ 하고 나가려는데
‘아니야 머리 풀고가~~~’
머리를 풀지 않으면 나가지 않을 것 같은 자세다.
갑자기 머리를 풀고 가라는 아이말도 당황스러웠지만
큰아이 출산 이후 몇 년간 늘 묶어왔던 머리를 풀고 나가는 게 내키지가 않았다..
한 2년가까이 미용실 디자이너 쓰~앵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머리는
산후탈모와 반곱슬이 만나 거의 망나니 스타일인데
어찌 풀수 있단 말인가..
딸아이의 성화에 못이겨
에라 모르겠다 등원부터 시키자는 마음으로 머리를 풀고 나가기는 했지만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머리는
정말... 골룸 같았다. 하... 쪽팔려...
그럼 머리를 하자!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날도 딸아이는 머리를 풀고 나가라고 했다.
아마 어린이집에 왔던 친구의 엄마중에 머리를 풀러서 예뻐보인 엄마가 있었던 모양이다.
머리를 풀러서 그 엄마 만큼 예뻐지지는 않는다는 걸 딸이 알까?
아무튼 며칠을 머리스타일로 등하원 마다마다 실랭이를 하고는
시간을 내서 시댁에 둘째를 맡기고 미용실로 갔다.
얼마만에 와본 미용실인가....
2/4 박자.4/4 박자 노래도 아닌 최신유행 노래와 잡지들
그리고 머리를 하는동안 맘껏 누리는 나만의 시간...
마음의 숨이 쉬어지는 느낌이었다.
예쁘게 다듬어서 드라이까지 한 모습을 보니
기분 괜찮았다~!!
딸은 본 적이 없다. 나의 긴생머리를...!!
사실 나는 대학시절부터 큰아이를 출산하기 전까지
늘 긴 생머리를 어깨까지 내리고 다녔다.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난 후
아이를 보면서 긴생머리를 늘어트리는 것은 불가능 했다.
흘러내리는 앞머리도 성가셔서 머리띠나 핀으로 꼽고,
머리는 늘 질끈 묶어야 육아도 살림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 보니 너무도 당연히 머리를 묶고 있게 되었고,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하겠다는 생각조차도 못하고 있었다.
나야말로 희생의 아이콘... 흑..!
어디 헤어스타일 뿐인가~?
아이가 태어나면서 포기하고 지낸 것이...
직장, 여행,하이힐, 밤잠, 친구들과의 흔한저녁 약속,
블링블링 악세사리, 네일케어...
너무도 당연했던 일상이 다 바뀌어 힘들어 했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달라진 일상이 오히려 평범한 하루하루가 되어져 있었다.
때문에?? 덕분에!!
그런데 나의 일상을 달라지게 한 주인공 딸아이 덕분에
이렇게 미용실에 와서 다시 예쁘게 머리를 하게 되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4살이 되더니 딸아이의 요구사항이 많아졌다.
기차가 타고 싶다~
바다를 보러가고 싶다~
하원 하러 올 때 치마를 입고 와라~
꼭 소은이 보다 먼저 와라!!
아이 때문에 엄두를 못냈던 여행을
이제는 아이 덕분에 힘들어도 갈 수 있게 되었다.
기차타고 바다를 보러 가야하고,
치마를 입어야 하니 다시 다이어트도 해야 한다.
이렇게 그동안 아이가 있어서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아이 덕분에 하나하나 다시 하게 된다.
2019. 3.16
#자아엄마
#욕망엄마
#희생의 아이콘
#산후탈모
#출산후 미용실
#미용실은 힐링이다
#등원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