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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Y May 04. 2020

긴생머리..너때문에 포기한거야

딸이 좀 크더니 요구사항이 디테일 하다..근데 이번엔 땡큐~^^


여느날과 다름없이 분주한 아침이었다.

매일 아침 4살 딸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입혀서 시간 맞춰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8개월 둘째도 먹이고 입혀서 큰아이 등원하는데 동행해야 하니 

아침은 늘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갑자기 머리를  풀라고? 엄마 골룸인데?


그런데 며칠전 전쟁같이 준비를 마치고 현관을 나가려고 하는 순간!

딸아이가 갑자기 ‘엄마 머리 풀고 가~’ 라고 말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지?

아이의 눈을 보면서 3초간 멍~ 해졌다.

‘ 엄마 지금은 머리 못 풀러 그냥 묶고 갈게~’ 하고 나가려는데

‘아니야 머리 풀고가~~~’

머리를 풀지 않으면 나가지 않을 것 같은 자세다.

갑자기 머리를 풀고 가라는 아이말도 당황스러웠지만 

큰아이 출산 이후 몇 년간 늘 묶어왔던 머리를 풀고 나가는 게 내키지가 않았다.. 

한 2년가까이 미용실 디자이너 쓰~앵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머리는 

산후탈모와 반곱슬이 만나 거의 망나니 스타일인데 

어찌 풀수 있단 말인가..

딸아이의 성화에 못이겨 

에라 모르겠다 등원부터 시키자는 마음으로 머리를 풀고 나가기는 했지만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머리는 

정말... 골룸 같았다. 하... 쪽팔려...



그럼 머리를 하자!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날도 딸아이는 머리를 풀고 나가라고 했다.

아마 어린이집에 왔던 친구의 엄마중에 머리를 풀러서 예뻐보인 엄마가 있었던 모양이다.

머리를 풀러서 그 엄마 만큼 예뻐지지는 않는다는 걸 딸이 알까?

아무튼 며칠을 머리스타일로 등하원 마다마다 실랭이를 하고는

시간을 내서 시댁에 둘째를 맡기고 미용실로 갔다. 

얼마만에 와본 미용실인가.... 

2/4 박자.4/4 박자 노래도 아닌 최신유행 노래와 잡지들 

그리고 머리를 하는동안 맘껏 누리는 나만의 시간... 

마음의 숨이 쉬어지는 느낌이었다.

예쁘게 다듬어서 드라이까지 한 모습을 보니 

기분 괜찮았다~!!


딸은 본 적이 없다. 나의 긴생머리를...!!


사실 나는 대학시절부터 큰아이를 출산하기 전까지 

늘 긴 생머리를 어깨까지 내리고 다녔다.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난 후

아이를 보면서 긴생머리를 늘어트리는 것은 불가능 했다.

흘러내리는 앞머리도 성가셔서 머리띠나 핀으로 꼽고, 

머리는 늘 질끈 묶어야 육아도 살림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 보니 너무도 당연히 머리를 묶고 있게 되었고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하겠다는 생각조차도 못하고 있었다.    



나야말로 희생의 아이콘... 흑..!


어디 헤어스타일 뿐인가~? 

아이가 태어나면서 포기하고 지낸 것이... 

장, 여행,하이힐, 밤잠, 친구들과의 흔한저녁 약속, 

블링블링 악세사리, 네일케어...

너무도 당연했던 일상이 다 바뀌어 힘들어 했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달라진 일상이 오히려 평범한 하루하루가 되어져 있었다.



때문에?? 덕분에!!


그런데  나의 일상을 달라지게 한 주인공 딸아이 덕분에 

이렇게 미용실에 와서 다시 예쁘게 머리를 하게 되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4살이 되더니 딸아이의 요구사항이 많아졌다.

기차가 타고 싶다~

바다를 보러가고 싶다~

하원 하러 올 때 치마를 입고 와라~

꼭 소은이 보다 먼저 와라!!


아이 때문에 엄두를 못냈던 여행을

이제는 아이 덕분에 힘들어도 갈 수 있게 되었다.

기차타고 바다를 보러 가야하고, 

치마를 입어야 하니 다시 다이어트도 해야 한다.

이렇게 그동안  아이가 있어서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아이 덕분에 하나하나 다시 하게 된다.


                                                                                                                                                    2019. 3.16


#자아엄마

#욕망엄마

#희생의 아이콘

#산후탈모

#출산후 미용실

#미용실은 힐링이다

#등원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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