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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Y Jul 31. 2020

문제는 '나의 욱'이 아니라 '너희 둘'이었다.

하루에도 수 없이 치밀어 오르는 욱..내 성질머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큰 아이의 방학이 시작된지 6일째다.

기관에 보내고 첫 방학... 사실 나는 두려웠다.

두 아이가 하원하고 난 후 잠들기 까지의 전쟁같은 시간이

아침에서부터 저녁까지로 연장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화 내고 싶지 않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하는 생각이 아닐까?

'나는 아이들에게 화내고 싶지 않다.'

자애롭고 우아하게...

스스로 하기를 기다려 줄 수 있고...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며..

'그랬구나' 말해주며 따뜻하게 공감해주는

사랑 많은 엄마이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하루에도 몇번 씩 치밀어 오르는 '욱'과 마주하게 된다.

화내지 말아야지를 아로세기며 참고 참다가

자기전 샤워할 즈음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결국... 5쯤 화내도 될 일이 10으로 터져나온다.

그렇게 끓어 오른 거품처럼 화가 쏟아지고 나면

마음이 너무 힘들어 진다.


너희들에게 이렇게 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ㅠ ㅠ


그런데 왜 평화롭지?


평상시 아이들이 하원하는 오후부터 저녁까지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동안

분노를 다스리느라 지칠대로 지쳤었는데,

며칠을 큰 아이와 하루종일 보내는데도

생각보다 평화롭다.

막상 마주한 All day care가 힘들지가 않다.

적어도 큰아이와 있는 동안 나는 화내지 않았다.

아니...화나지 않았다.

왜일까.... 왜일까....



문제는 내가 아니었구나...

한 아이와 있을 때

나는 생각보다 꽤 괜찮은 엄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아이를 기다려줄 수 있고,  

아이의 짜증을 받아내고 있으며

아이의 실수와 저지레,

그리고 이따금씩 나오는

답이 없는 고집을 편안히 용납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나와 둘이 있는 동안

딸아이는 나를 그리 힘들게 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내가 쉽게 욱하는 승질머리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자격이 없는 엄마라서가 아니라

육아에 자질이 없고,

속이 좁아터져서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두 아이를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이 상황이.. 바로!! 문제인 것이다


나의 능력치를 벗어난 것이 문제였다.


#sean 1. 놀이터에서

하원 후 집에 가기 전 놀이터에 간다.

놀이터에 들어서자마자 큰 아이는 그네로 달려간다.

그리고 엄마를 부른다 그네를 밀어달라고

그러나 둘째는 유모차에서 내리자 마자

경보수준의 걸음으로 놀이터 밖으로 나간다.

놀이터 밖은 차가 다니기 때문에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

큰 아이가 계속 엄마를 부른다.

그리고 울며 달려와 '엄마~ 엄마~ 그네~~ '한다

둘째는 엄마 손을 뿌리치며 갈길을 가려고 한다.

내 몸을 둘로 갈라 반쪽은 그네로 반쪽은 둘째를 따라가고 싶다.

처음엔 착하게 달랜다.

'그네 타고 있어 엄마 동생이랑 아파트 한바퀴만 돌고 올께'

'00아~00아~ 엄마랑 가야지~'

나를 곱게 놔줄 껌딱지가 아니다~

울먹이며 손을 잡고 따라나서며

동생을 따라 바쁘게 가는 나에게 '엄마 같이가~ ' 하고 또 운다...

이러다 저러다... 결국!!

'둘다 그만놀고 집에 가!!!!'

그리고는 하원 하고 놀이터는 가지 않게 된다.



#sean2. 저녁식사

집에 와서  한 명은 뽀로로가 맡고,

한 명은 유*브가 맡아주면

재빠르게 준비된 반찬을 담아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좌1호 우 2호를 두고 양쪽을 번갈아 챙기며

내 밥은 입으로 먹는지 마시는지 모르게 암튼 먹는다.

밥을 먹던 중에 1호가 반찬을 더 달라고 한다.

이럴 때는 딱 두가지 시나리오가 떠오른다

첫번째, 반찬을 더 주려고 일어나면

그사이 여지없이 2호가 뭔가 사고를 친다.

두번째, 그걸 알고 1호에게 있는 반찬부터 먹으라고 한다.

하지만 결론은 똑같다....

나는 화를 내고, 누군가를 혼내고 끝이 난다.

반찬을 가지러 간사이 식판을 엎거나,

국을 마시려고 하다가 얼굴에 반찬을 죄다 쏟은

2호에게 버럭~!

그러니까 있는 반찬 먹으라 했지!?!?!라고 1호에게 버럭~!

그도 아님 있는 반찬 안먹고

더 더달라고 했다고 1호에게 버럭!!

'어머~ 우리딸 잘먹네~ '하고

사랑스런 표정으로 반찬을 더 주고 싶지만..

설사 둘째가 사고를 친다 해도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너그럽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다...


 두 아이 사이에서 늘 가랑이가 찢어지고 있었다.


상황을 다시 설정해서 한 아이와 놀이터에 갔다면

놀이터에서 화를 내거나 혼내지 않았을 것 같다.

실제로 감기로 작은아이가 등원하지 않은 날

놀이터에 나갔을 때

나는 한시간이 넘도록 그 꼬멩이 뒤를 따라다녀 주었다.

걸어서 어린이집도 가고

맨날 비타민을 주시는 약국도 가고

할아버지랑 마실 갔던 공원도 가고

작은 아이는 그냥 막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자기도 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장마비가 잠시 멈춘 날

나는 큰아이와 놀이터에서 그네만 한 30분 타고 오기도 했다.

그리고 동생이 없는 시간동안

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어서

큰아이는 외동일 때와 같이

엄마바라기 순둥이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이 두 아이를 나 혼자 동시에 케어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감당이 되지않아 가랑이가 찢어져 있었던 것이다.

화를 못참은 것이 아니라

나의 상황이 현실적인 한계에 넘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꽤 괜찮은 엄마구나...

여전히, 작은 아이가 하원하고 오면

다시 전쟁이 시작되고

나의 가랑이는 찢어지고

또 욱 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화를 참아내지 못하는 나를 보고

자책하지 않는다...

내가 모자란게 아니라...

상황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알기 때문에.


적어도 한아이와 있을 때 내 모습은

자애로웠다...

공감해줬고,,

아이의 실수를 과정으로 보는 여유까지..

나도 꽤 괜찮은 엄마였다.


그래 괜찮아...

엄마도 사람인데...

한계가 있는 거지...

위로가 된다.




#자아엄마

#욕망엄마

#방학

#엄마가 미안해

#욱하는 엄마

#독박육아

#남매전쟁

#두아이엄마

#남매육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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