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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덕생 Apr 21. 2022

길 따라…바람 따라…

첫 출행…그리고 어떤 변화…공간의 철학

 드디어 시작했다. 그렇게 갈망하고 꿈꾸어 왔던 자유로운 삶, 해방된 삶.. 무슨 쓰잘데 없는 이야기냐고요? 지금이 조선시대, 구한말도 아닌데…

참말로 복잡 시런 이야기인 데다가…. 개인적인  까탈스러운 성격까지 더하다 보니, 뭐라고 구구 절절 표현 하기도 까탉스럽지만, 20여 년 전 첫 미국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한 비지니스를 이제 정리하고, 마냥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더없이 즐겁다. 그동안 저 밑바닥에 감춰 두었던 20대의 흥이 절로 살아 시시 때도 없이 엉덩이를 실룩거린다.

아무튼 그냥 즐겁다.


봄기운이 무르익는 먼산의 소담스러운 풍경과 그리고 조용히 흘러나오는 음악, 솔솔 팔뚝을 간질이는 바람, 살며시 졸음이 내려앉는 눈꺼풀, 그냥 느낌으로만 즐기는 아이패드의 타이핑 소리,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가슴속에서 나와 하얀 공간을 메우는 글들….. 이런 모든 것이 내 마음을 평안하게 하고 마냥 좋기만 하다..

은퇴를 선언하고 가게를 정리하고, RV를 구입하고, 그리고 떠나온 첫 여행…  탈루하 고르게 주립공원에서 1박, 그리고 오늘 여기 리버 비스타 RV park에서 첫날… 이 편안함은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자연과 더불어 주어지는 이 공간의 편안함 일까?

지금까지는 내 삶이 시간을 쫓아가는 것이었다면, 이제 부터는 시간이 나를 기다려 주는 삶이 펼쳐 지기에 마냥 여유롭고, 편안하고, 순간순간에 취하는 그런 삶을 즐기고,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참으로 편안한 3박 4일의 나의 첫 출행…첫 날을 보낸 탈루하 고르게 주립공원 캠핑징에서 만난 친절한 이웃…( 주차부터 출차까지… 앞장서 배려해주었던 30대 또는 40대의 텐트 캠핑 마니아로 여겨지는 백인 부부..) 그리고 리버 비스타 RV park에서 우리가 배정받은 lot 맞은편의 친절한 50대 아주머니.. 그녀는 도심을 벗어나 이곳에 자기 소유의 캐빈을 마련하고 전원의 생활을 즐기는 욜로족으로 여겨졌다.. 남편이 건축 관련 일을 하는데 도시를 떠나 이곳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직장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그녀는 이곳의 생활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를 우리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 주었다.. 너무 이른 아침에 떠나온 탓에 작별 인사도 못하고 떠난 아쉬움을 묻어 두었지만…

그리고 내가 드론을 띄우는 것을 보고 드론에 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눈 70대 할아버지.. 내가 마음을 열은 까닭인지, 아니면 그 공간의 평안함과 자유로움이 그렇게 만든 것인지 모르지만… 주변에 함께 하는 여행객과 주고받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마냥 즐겁다.

어쩌면 그러한 여유로움은 늘 이해관계에 부딪치는 사업이나 직업 관계라는 공간 및 인간관계에서 벗어난 이해관계가 없는 순수한 사람과 사람으로서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자유로움 … 그것 일까?


어쩌면 , 그것은 어떤 공간이든, 내게 옥죄어 오는 공간이 될지, 아니면 나에게 편안함을 가져다 줄 공간이 될지는 내 마음속에 어떤 공간을 건축할 것인지를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생각과 더불어 자연이 만들어 주는 평안한 공간이 내 마음속에 어떤 공간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의 삶은 늘 어떤 주어진 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그 공간이 물리적 공간이든 마음속의 공간이든.. 그 공간을 어떻게 꾸며 가고,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따라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감히 결론지어 본다.


우리의 3박 4일 첫 출행을 마무리하면서 감히 넋두리 같은 공간 철학의 이야기를 풀어 본다. 더욱 신나는 다음 여행을 꿈꾸면서…


만족한 이곳의 생활을 끊임 없이 자랑하던 욜로족으로 여겨지는 50대 아주머니의 캐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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