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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덕생 Jun 21. 2022

테네시주, 미주리 여행

옛  지인을  찾아 나서다.

 돌아오는 월요일에 이민 와서 만나게  친구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장장 자동차로 10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미주리주에 살고 있는  동갑내기 지인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조지아 북쪽 도시에 살고 있는 지인을 만날 계획을 세웠다.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만난 사람들이지만 작은 인연을 계기로 서로 교류하고 만나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미주리주에 살고 있는 동갑내기 지인은 슈시맨의 스승으로 사부로 통하는 조지아의 중소도시 메이컨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장인임에 틀림없었다. 같은 동네에서 동갑내기로 가끔씩 교류하고 살았지만, 미국 이민 생활이 녹녹지 않은 까닭에 각자의 생업에 빠져 만나는 기회도 별로 없이, 그저 이 낯선 땅, 낯선 도시 어느 곳에 동갑내기 친구, 그것도 한국 사람, 같은 고향인  사람이 산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든든하고, 옛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은 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 친구가 10여 년 전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켄터키 주로 이주를 하고 그리고 이별을 고하고 말았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애틀랜타에 일 보러 오는 길에 우리가 애틀랜타로 가서 한번 만나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마음에 담아둔 지인인 것 같다. 물론 집사람들끼리는 가끔씩 통화를 하고 사는 사이였지만 말이다.


 사람의 연이란 것은 참으로 묘한 것이, 잦은 교류가 없지만 그렇게 마음속에 담아둔 사람이 있었기에 나와 집사람은 그들 부부를 만나러 가는 것에 묘한 설렘을 안고 출발한 것은  틀림이 없었던 같다.


그리고 간략 하지만 중간에 머무를 곳을 찜하면서 지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테네시주의 어느 지역을 찜하여 1박 스케줄을 잡고 무작정 출발 시동을 걸었다.

 테네시주 내쉬빌의 어느 캠핑장에서 1박 그리고 고속도로와 시골길을 교차하면서 어느 사라진 도시를 지나면서 도도히 흐르는 미시시피강의 물줄기를 넘어서면서, 우리는 사라진 도시에 대한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도시명 켄터키주의 카이로… 우리가 사라진 도시라 칭한 것은 말로만 들었던 미국의 전형적인 러스트 벨트의 풍경, 폐허 된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았는데 조금을 벗어나니 미시시피 강을 가로지르는 멋진 다리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글 검색을 시작했다. 카이로의 도시 유래에 대하여…


오하이오강과 미시시피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도시로 이집트계 미국인들이 세운 도시라고 한다.  뉴올리언스까지 가는 증기선의 주요 항구로 성장하였던 도시로 해운, 철도, 페리 산업으로 성장하였으나 다리가 건설되고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이들 산업이 쇠퇴하여  1920년대에  15000명의 인구였던 도시가 2020년엔 1700명의 인구로 급격히 쇠퇴된 도시라고 기록되어 있다. 정말 영화에서만 보아 온 유령의 도시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풍경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중부 내륙의 시골길과 고속도로, 다시 시골길을 거쳐 도착한 미주리주의 작은 마을 파밍톤,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는 옛 인연, 20여 년 이어온 끈끈한 인연의 상봉,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맛난 음식들… 주고받는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은퇴 후 삶에 대한 이야기..

한 올 한 올 삶에 대한 이야기, 특히나 1세대 이민자로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들이 끝이 없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읽고, 그리고 전하고 다시 언젠가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테네시주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잠시 머물러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서로 묻어 둔 채  작별을 이야기한다. 그냥 그렇게 불두덩 속에 묻어 둔 고구마처럼 잊힌 듯 잊히지 않은 듯 이어온 인연이기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덤덤히 작별을 고한다. 안주인 건강이 안 좋으시니 그게 마음에 많이 걸리지만, 그래도 쉬 식지 않은 인연이기에 다시 또 만나리라 기대하며 작별의 손을 흔든다.


삶은 늘 그렇게 만남과 작별의 연속이 아닐까? 우리는 오늘 아들이 미리부터 알려 준 그래서 미리 예약해 둔 테네시주 내쉬빌의 유명 음식점에 대한 기대를 잔뜩 안고 엑셀레이트를 밟았다. 오는 길에 시간이 충분하기에 오는 도중에 예약해 둔 RV Park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먼저 들러기로 마음먹었다.


근데.. 뭔가 문제가 심상치 않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위치가 고속도로를 벗어나자 산골, 비포장도로, 그리고 class C RV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숙련되지 않는 초보 RVer는 당연히 불안하고 걱정이 태산 같을 수밖에…. 이럴 경우의 가장 애매한 것은 결정에 대한 머뭇거림이다. 진퇴양난! 딱 어울리는 표현! 그렇지만 결정을 할 수밖에 없고, 그 결정이 최선이라고 스스로 믿음을 더욱 다져야 하는 입장! 순간적인 판단은 일단 고속도로 진입로로 돌아가서 내비게이션을 리셋해 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는 생각에 꽂혔다. 다시 온 길을 되돌아 나와 큰길에서 내비게이션을 다시 찍어 보니 꽤 먼 거리의 우회 도로를 표시해 준다. 한적한 시골 포장도로를 20여분을 달려 다시 비포장도로를 10여분, 드디어 내비게이션이 목적지에 데려다주었다. 우리가 배정받은 사이트는 작은 강 둔덕에 위치한 정취가 넘치는 사이트다. 일단은 성공, 집사람도 아담하고 운치 있는 사이트가 마음에 든단다. 오늘 밤 잠자리를 정했으니, 미리 예약한 맛집으로 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어야겠다. 돌아오는 길이 만만찮으니 저녁을 먹고 해지기 전에 돌아와야만 한다. 서두를 수밖에 없다.


다시 40여분을 달려 드디어 도착한 ‘pelican & pig’라는 맛집,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데 문을 열지 않았다. 이곳은 미리 예약을 받아 오후 5시에 문을 여는 독특한 맛집이다. 주차장은 협소하여  감히 RV는 주차는 언감생심, 맞은편에 슈퍼마켓 체인이 있어 그곳에 주차하고 돌아오니 문이 열려 있다. 좌석을 배정받고 음식을 주문한다. 이곳은 모든 음식을 화덕불에 구워 내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 서비스로 나오는 홍합 수프가 우리 입맛에 맞는다. 그리고 주문한 스테이크, 옥수수 구이, 당근 구이 등등… 모두가 괜찮다. 참 오랜만에 집사람과 오붓한 외식이다. 좋은 시간을 갖는다는 즐거움보다 그동안 생활에 쫓겨 이런 시간을 갖지 못한 미안함이 앞선다.


다시 예약해 둔 캠핑장으로 돌아와 하룻밤을 지낼 세팅을 하고 화로를 꺼내 불을 피운다. 강가라서 그런지 벌레들이 무척 많다. 주변에 있는 잡초들을 뽑아 모깃불을 피우고 호젓한 하룻밤을 즐긴다. 그냥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떠난 여행이어서 그런지 그저 평온한 시간이다. 사는 것이 더도 덜도 말고 늘 이랬으면 좋겠다.


다음날, 이른 아침 서툰 솜씨로 드론을 띄워 캠핑장 주변을 촬영하고, 조지아 북쪽 작은 도시 ‘롬’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는 또 다른 지인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채터누가로 가는 도중, 호수를 끼고 멋진 풍광을 뽐내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들른다. 주변에 많은 RV들(모터홈, 트레일러), 나이 지긋한 부부들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낀다. 근데 우리는 그들에 비해 너무 젊다. 우린 이제 시작이니, 몇 년을 다니다 보면 저 나이에 이르겠지… 벌써 그들의 나이가 된 것 같은 어떤 압박감을 느낀다. 그곳에서 짜파게티로 점심을 해결하고 채터누가를 거쳐 롬을 향해 달린다.


작고 포근한 산악도시의 분위기가 풍겨지는 도시 ‘롬’ …. 우리는 그곳에서 10여 년 전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메이컨에서 인연을 맺은 지인을 만나 하룻밤을 보냈다. 도시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작은 강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었으며, 주변의 흔적들로부터 시민들이 이 도시를 참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행은 늘 그렇게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멋진 한 컷의 스틸 사진처럼 그 풍경 속에 나를 동화시켜 가는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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