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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덕생 Sep 29. 2022

고향 바다를 만나다.. 노바 스코샤…

보고 느끼는 그대로의 여행…

 여기 머나먼 이곳에서 나는 고향 바다를 만났다.

캐나다 북동쪽 노바 스코샤주 케이프 브레이튼 아일랜드 끝 Meat Cove Campgrounds에서

나는 늘 그리워하던 고향 바다를 만났다.

어린 시절, 그냥 그렇게 내 곁에 있어 주어 당연한 듯이 받아들였던 고향 바다의 멋진 풍광이…

머나먼 이곳에서 나를 반겨 준다.

우리는 캐나다 퀘벡주를 거쳐 뉴 브랑스윅주를 통과하여 캐나다에서 두 번째 작은 주, 북동쪽 섬 노바 스코샤로 향했다. 바다를 향할 때는 나는 늘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


 노바 스코샤주를 인터넷에서 둘러보다 내 눈을 사로잡은 풍광, 고향 바다를 닮은 meat cove campground를 첫 번째 목적지로 정하고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케이프 브레이튼 하이랜드 국립공원을 거쳐 케이프 브레이튼 섬의 끝쪽에 위치한 meat cove까지 이르는 동안 곳곳이 자리 잡은 작은 어촌 마을은 그림책에서 보아 온 알록달록 정겨운 어촌 풍경이다. 코끝을 스쳐 풍겨 들어오는 갯내음, 순간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해안 절벽, 그 절벽을 곁에 두고 펼쳐지는 꼬불 꼬불한 도로, 바닷가에 정박된 어선과 요트들, 집집마다에 보이는 랍스터 잡이 어구들, 간간이 보이는 로컬 아티스트들의 갤러리, 동네 맛집 (Bistro: 사전적 의미는 편안한 분위기의 작은 식당)…. 풍경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있는 듯하다.


꼬불 꼬불, 포장과 비포장도로를 번갈아 휘어진 산마루 고개를 넘어 도달한 곳!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감탄사를 뱉어낸다.

해안 절벽에 둘러 쌓인 작은 해변을 바라보며 층층이 마련된 캠핑장, 알록달록 텐트들과 각종 캠핑차량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제각기 편안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공동 세척대와 공동 화장실, 공동 샤워장만 있는 드라이 캠핑 그 자체지만 많은 캠퍼들이 북적댄다.


이곳은 예약 없이 ‘first come first serve’ 라서 자리가 있을지 불안했지만 겨우 한자리를 잡았다.

바다가 내려 보이는 언덕 꼭대기에 위풍당당하게 우리의 캠핑카를 안착시켰다.

 

그냥 그렇게 눈앞에 바라 보이는 풍경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여기 멀리까지 찾아온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보슬비가 내리고 바람이 조금 불어오는 날씨 탓에 기대하고 바랐던 sea kayaking은 포기해야 하고 1 시간 정도 걸으면 오를 수 있는 산으로 향한다.


산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또 한 번 감탄을 자아낸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 반대편으로는 깊은 계곡과 그 주변의 울창한 숲, 정상에 한 없이 펼쳐진 야생 블루베리와 이름 모를 빨간 열매 그 곁으로 크리스마스 츄리에 꼭 어울리는 키 작은 침엽수, 7월이 아닌 8월의 크리스마스라 부르고 싶은 풍경이다.


블루베리 잼을 만들어 보려고 블루베리를 한 움큼 따온다.

그냥 냄비에 넣고 졸여 블루베리 잼을 만든다. 얼마 되지 않는 양인데, 집사람은 아들 몫, 딸 몫을 구분하며 열심히 저어댄다.


여행에서 얻는 또 다른 소소한 즐거움이다.

그렇게 고향 바다를 닮은 풍경을 가슴에 담고서 또다시 길을 나선다.


애틀란틱 오션과 깊은 숲과 산이 교차하여 멋진 풍경을 펼치는  케이프 브레톤 하이랜드 국립공원을 달린다.

굽이 굽이 산길을 돌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광활한 바다 풍경이 펼쳐지고 그리고 이어지는 아기 자기한 어촌 마을의 풍경들… 마치 우리가 어느 달력 속의 풍경에 들어온 듯하다.


늘 그렇게 질주하듯 살아온 삶의 여정 속에서 한 순간 희망이 보이듯이, 이곳의 풍경도 굽이쳐 오는 산길을 가로질러 어느 순간 탁 트인 멋진 풍경을 보여 주는 청량함이 있다.


우리는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대신하여 돌고 돌고 하더라도 해안가를 도는 도로를 택하여 노바 스코샤의 주도 핼리 팩스를 향한다.


선택을 참 잘한 것 같다. 어떤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을 작은 어촌 항구, 그러나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아담하고 소담스러운 분위기의 항구에서 손수 마련한 특별한 점심을 먹고, 그냥 지나칠 뻔한 또 다른 아름다운 주립공원, 바다 뷰가 멋진 도로가 빈 집터에서 하룻밤, 일부러 차를 몰고 와서 ‘편안히 지내도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간 친절한 땅주인….

모든 것이 여행의 추억으로 가슴속에 꼭꼭 새겨 두어야 할 것들 임에 틀림없다.

드디어 핼리 팩스에 입성, 다운타운에 자리한 작은 한인 마켓… 이민 11년 차의 젊은 여주인을 만나면서, 이민 초기 막 40대 시작했던 젊은 날의 우리를 회상한다.


이곳 노바 스코샤는 어디를 가도 프랑스 분위기가 물씬하다. 아마 프랑스계 아카디안의 삶이 곳곳에 배여서 그런 분위기를 풍겨 내는 듯하다.


아카디안, 그들의 역사는 슬프다. 그러나 그들의 후손은 그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고, 노바 스코샤 안내 지도를 펼치면 프랑스기에 노란 별이 새겨진 아카디안 깃발이 표기된 ‘Arcadian Region’이 곳곳에 표시되어 있다.


아카디안, 그들은 이 땅을 개척한 첫 프랑스인들로 원주민과 물물교환을 하며 평화롭게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가 이 땅을 두고 싸움을 하면서, 이들은 영국을 위해서도 프랑스를 위해서도 총을 들지 않았으나 결국 이 땅을 지배한 영국으로부터 강제 추방을 당한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핼리 팩스의 올드 타운도 유럽풍의 멋진 풍경과 더불어 프랑스의 냄새가 깊이 배어 있는 풍경이 아카디안의 역사를 말하는 것 같다.


노바 스코샤에서 가장 유명한 등대, 정말 동화 같은 마을, 방금 그림책에서 나온 듯한 풍경…. 나는 페기스 코브 등대를 이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 핼리 팩스에서 40여 킬로 떨어진 작은 어촌 마을인 페기스 코브 등대에 나는 흠뻑 빠지고 말았다.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그 작은 마을에 수많은 사람들이 흠뻑 빠져 풍경의 하나의 요소가 되어 움직이고 있다. 노을빛에 하나가 되어 버린 하늘과 바다, 하얀 화강암 바위와 그 위에 우뚝 선 하얀 등대, 알록달록 예쁜 비치의자와 옛 모습 그대로에 형형 색색 옷을 입은 건물과 어선들…. 페기스 코브 등대는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여운을 남기고 밤을 맞이한다.


다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도시인 루넨버그로 길을 재촉한다. 노바 스코샤주는 곳곳이 첫 유럽 이주민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고, 그리고 잘 보존되어 있는 것 같다.


루넨버그로 가는 길에 우리는 또 다른 이쁜 도시 마혼 베이를 만난다. 여러 유럽인들이 함께 어울려 살던 초기의 이곳 풍경을 말해주듯 세 개의 각각 다른 교회들이 나란히 사이좋게 줄을 지어 서있다.

그리고 만의 잔잔한 바닷물에 그림자를 비추며 마혼 베이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그곳은 그 옛날 프랑스, 영국, 또 다른 유럽인들이 서로 어울려 살며 이곳에 터를 잡았던 흔적이 아닌가 생각된다.


루넨버그는 방금 어느 화폭에서 튀어나온 듯…. 알록달록한 1800년대의  풍경이 펼쳐지는 듯하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도시답게, 그림책에서 보아 오던 어느 유럽의 어촌 마을을 옮겨 놓은 듯하다. 117년이 넘은 오랜 전통의 공립학교도 언덕 위에 우뚝 서서, 오랜 도시의 가치를 증명하는 듯하다.


루넨버그를 지나 구비 구비 길을 돌아 인터넷 서핑으로 알게 된 캠핑장, Ovens Natural Park으로 향한다. 카약을 타고 바다 동굴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어 선택한 곳이었는데…. 이곳에서도 날씨 탓에 Sea Kayaking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1860년대 골드 러시 때 금을 캤던 금광이었던 만큼 독특한 지형과 해안 절벽에 형성된 동굴들이 어우러진 트레일 코스가 장관이다. 바다를 낀 해안 언덕에 자리 잡은 캠핑장의 수려한 풍경 또한 더없이 좋다.


노바 스코샤의 풍경 하나하나가 가슴속에 꼭꼭 새겨질 만큼 노바 스코샤에 푹 빠져 있을 즈음 노바 스코샤를 떠나야 할 아쉬움에 젖어 들 즈음… 우리는 또 다른 노바 스코샤의 보석을 만난다.


울프 빌( Wolfville): A cultivated experience for the mind, body, and soil….. 마을 이름부터, 마을을 상징하는 문구부터 예사롭지 않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마을을 만난다. 거리 곳곳에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가게들이 줄 지어 있고, 심지어 수제 맥주집과, 경찰서, 소방서마저도 독특한 자태로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꾸며주는 곳, 그리고 고풍스러운 대학 캠퍼스 ‘아카디아 유니버스티’ 그곳에서 작고 아름다운 마을에 어울리는 이름과 분위기를 갖춘 색다른 한국 레스토랑 ‘단지’…

우리는 어느 신비스러운 동화의 나라 책 속을 배회하는 느낌으로 도시를 둘러본다.


노바 스코샤의 경계를 지나 뉴 브랑스 윅으로 들어서면서… 뭔가 가슴 한 끝에 여운이 남는다.

‘아! 노바 스코샤!’ 언젠가는 다시 오고 싶은 곳…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기면서.. 우리는 다음 여행지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로 향한다.

‘안녕! 케이프 브레톤! 안녕! 핼리 팩스! 안녕! 페기스 코브! 안녕! 루넨버그! 안녕! 울프 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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