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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Mar 15. 2021

공정성 논란에 관하여

공정성 논란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큰 문제이다. 인국공 사태를 비롯하여 조국 사태, 추미애 아들 논란 등 끊임없는 공정성 논란으로 한국 사회는 홍역을 앓고 있다. 공정성 논란은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여타 이슈들을 집어 삼키는 등 그 여파가 만만치 않다.


공정성 논란은 한국 사회 관계의 감정적 징후이다. 정치철학자 데이비드 밀러의 이론으로 해석하자면, 사회적 연대 의식과 신뢰가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밀러는 ‘사회 관계’와 ‘공정성’의 관계를 이야기했다. 경쟁적인 사회에서는 능력주의에 기반한 ‘응분 원칙’을 고수하는 반면, 신뢰와 유대가 쌓일수록 ‘평등’의 가치에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국공 논란의 사실 관계를 따져볼 때, 취업 준비생들의 반발은 논리적 비약이다.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되는 직종과 신입 공채로 선발하는 직종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의 분노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자신들이 신봉하는 공정 원칙을 위반한 데에 대한 거센 항의였다. 공채를 통과한 자만이 응당 정규직의 지위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응분 원칙에 대한 이들의 집착은 낮은 연대 의식을 방증한다.


이와 유사한 정서는 한국 사회에 만연하다. 한국 사회의 공정 이슈는 대부분 거시적인 불평등 구조까지 닿지 못한다. 피부에 닿는 불공정에 분노할 뿐이다. KTX 승무원의 복직이 떨떠름하고,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못마땅하다. 이들이 상정하는 보편타당하고 공정한 응분 원칙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생기면 이는 곧 분노 표출로 이어진다. 이러한 형국에 이들의 사고는 ‘평등’까지 미치지 못한다. 눈 앞에 놓인 자신의 몫에 함몰되어 공동체와 사회에 시선이 닿지 않는다.


공정성 논란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공정성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을 자각하고, 사회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공정성 논란에서 살펴야 할 것은 ‘공정성’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울분과 분노다. 치열한 경쟁을 몰아붙이는 사회와 사회적 신뢰의 부재를 살필 때, 공정성 논란을 자연스럽게 매듭을 지을 수 있다. 또한 사회적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공적 제도를 확충해야 한다. 실패 후 재기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공적 제도와 사회적 약자에게 충분한 복지를 선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각박함이 안전함으로 변모할 때, 마음의 빗장을 풀어헤치고 공정보다는 연대와 상생을 외치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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