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준비준비의 중요성을 알리는 죽음학을 강의하는 사람이다. 강의 내용 중 하나는 우리 사회는 왜 죽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는지에 대한 것이다. 일상 속의 사례로는 우리 사회가 장례식장이나 납골당, 묘지 같은 죽음과 관련한 시설을 우리의 생활공간에 두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얘기한다. 외국에서는 도심공간에도 납골당이 있어서 출퇴근하는 길에도 가족과 조상을 마주할 수 있지만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묘지를 저 멀리 산속에 만들어 놓고 자주 찾아가지도 못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한 정서가 부정적이다. 내가 죽음학 강의를 할 때도 강조하지만 죽음에 대한 사색과 준비는 오히려 우리의 삶과 사회를 더욱 성숙하고 건강하게 만드는데도 말이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오래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도 얼마나 죽음에 대해서 부정적인지를 보여주는 판결에 대한 기사를 공유한다. 일부 헌법재판관의 의견은 마음에 와닿는다.
상반된 두 개의 견해에 대한 기사내용은 다음과 같다.
“납골시설은 화장장과 달리 보건·위생이나 학습 환경에 해를 끼친다고 인정할 자료는 없다”면서도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시신이나 무덤을 기피했고 무덤을 주거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산에 설치했다. 화장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납골시설을 두려워하는 정서까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납골시설 기피 풍토가 과학적 합리성이 없더라도 학생들의 정서 발달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납골시설이 삶과 죽음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문화적 휴식 공간이 될지, 죽음에 대한 공포로 가득한 유해 시설이 될지는 가치관에 달렸다”며 “납골당은 삶과 죽음, 사후세계와 삶의 다양성에 대해 사색하게 만들어 입시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의 문화적, 철학적 성장을 위한 유익한 교육시설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또 “일본과 유럽은 도심에 납골시설을 설치해 일상의 휴식과 영원의 휴식이 교차하는 문화를 창조했다. 장묘문화의 변화를 위해 사회의 가치관도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689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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