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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Oct 06. 2024

"사망선고 아닌 임종의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본다. 중환자실에서 임종실로 옮겨진 후 그날 밤을 넘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셨다. 직후 들어온 의사는 서둘러 사망선고를 하고 임종실을 빠져나갔다. 의사들도 물론 바쁘겠지... 만 너무 기계적으로 사망선고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을 치료하고 살리는 병원에서 장례식장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라는 점과 여전히 죽음을 '치료의 실패'로 인식하여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사망선고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고인을 영안실과 장례식장으로 옮기려는 것으로 비쳐져서 씁쓸하다.  


거의 대부분이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의 삶을 마무리하는 임종의 순간은 단순히 사망선고의 자리가 아닌 임종의례가 되어야 한다는 아래 어느 의사의 글은 공감되는 부분이 크다. 



<출처 : 국민일보>

병원은 명실상부하게 가장 보편적인 임종 장소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임종실 운영이 지난달부터 시행되고 있다. 중환자실 연명 의료가 아닌 임종실에서 가족과 함께 마지막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임종실이 생기고 연명 의료를 피한다고 존엄한 죽음은 되지 못한다. 환자도, 가족도, 의료진도 죽음 앞에서 무슨 대화를 나누고 어떤 위로와 소망을 가져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환자와 단절된 채 임종 후 얼굴을 마주해야 했던 지난 세월 속에서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하는 ‘임종’의 문화를 잃어버린 것이다. 존엄한 임종 문화를 회복하는 첫걸음으로 병원에서의 사망 선언이 임종의례로 바뀌길 제안해 본다.
기존의 사망 선언은 환자가 숨을 거두면 의사가      나타나 진찰 후 사망 시각을 확인한 후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모습이었다. 임종 의례는 이와 달리 환자가 임종기에 들어섰을 때 의사와 간호사 등이 수시로 환자가 편안한지를 확인하고 임종을 지키는 보호자를 위로하면서 덕담을 건네는 것이다. 의식이 없고 호흡이 약한 환자의 손을 잡고 “그동안 잘 견뎌주셔서, 의연하고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라거나 “힘들었던 기억은 잊으시고 행복했던 순간만 기억하세요”라고 속삭여 주는 것이다.
환자의 호흡이 멎으면 가족이 애도할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한다. 감정이 진정되면 정중히 “이제 마지막 진찰을 해도 될까요?”라고 동의를 구한다. 엄숙한 임종의례가 되도록 휴대전화 벨이 울리지 않도록 당부한다. 시작은 환자 주위에 모인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고인의 귓가에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대개 감사와 앞날에 대한 다짐을 하며 눈물을 흘린다.
가족들의 작별 인사가 끝나면 의사는 고인이 살아계신 것처럼 정중히 “OOO님 제가 진찰을 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천천히 가슴을 청진한다. 다시 “OOO님 눈에 불을 비추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조심스레 안구반사를 확인한다. “이제 임종 선언을 하려 합니다”라고 말한 후 가족들을 천천히 둘러본다. 그리고 엄숙하게 “2024년 9월 OO일 OO시OO분 OOO님께서 고통 없는 곳으로 평온히 떠나셨습니다. 마지막 시간을 지켜준 가족들의 사랑 때문에 분명 행복하셨을 겁니다”라며 임종 선언을 마무리한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25248678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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