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애도기간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정부가 12월 29일부터 1월 4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우선 애도와 관련한 몇 가지 글들을 인용한다.
상실로 인해서 나타나는 직접적인 반응이 슬픔이다. 그리고 슬픔을 해소해 나가는 과정이 애도이다. 또한 애도는 상실, 비탄과 함께 살아가거나 대처하기 위한 심리내적 과정을 말한다. Rando(1993)는 애도를 6개의 과정으로 기술했다. 상실을 인지하기, 이별에 반응하기, 죽은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기, 죽음 사람에 대한 애착과 세계를 바라보던 이전의 관점을 버리기, 이전의 환경을 완전히 잊지 않은 상태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을 재조정하기, 재투여하기. (죽음학 교본)
윌리엄 워든은 애도를 하나의 과업으로 보고 사별자가 고인 없는 삶에 적응하며 살기 위해 다음의 4가지 과업을 완수해야 한다고 했다. 상실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사별 슬픔의 고통을 겪으며 애도작업하기, 고인을 잃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고인의 감정적 재배치와 더불어 삶을 살아가기 (죽음교육 20강)
장례는 죽음에 대한 애도의 방식이다. 슬픔(sorrow)과 비탄(grief)은 상실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적절한 애도와 비탄은 사별을 수용하고 떠나보낸 이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사별 이후의 온전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게 한다. 장례는 일종의 의식(ritual)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회, 문화적으로 그 방식과 절차는 다양하다.(죽음교육교본)
프로이트는 분리로서의 애도를 상실과 대상과의 해체와 분리를 성취하는 일과 관련된 작업으로 봤다. 대상을 간직하고자 하는 욕망과 한 때 사용 가능했던 대상을 더 이상은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점점 더 인정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리비도를 상실된 대상으로부터 회수하여 새롭고 건강한 접촉을 위해 자아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며 애도는 수행해야 할 정확한 정신적 과업을 가지고 있다. 그것의 기능은 산자의 기억과 희망을 죽은 자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상실수업>에서 퀴블러 로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죽음이 더 갑작스러울수록 상실을 애도하기까지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과거에 얽매여 살면 쓰겠니?라는 말은 하지 마라. 애통은 반복해서 토로해야 하는 이야기이다. 애도하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어떻게든 입을 다물게 하거나 감정을 통제하려 든다... 그렇다면 해야 할 말은 무엇인가? 널 사랑해, 정말 안타까워, 혹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니? 무슨 이야기든 괜찮아.."
위에서 인용한 애도와 관련한 얘기들을 모두 떠나서...,
애도는 충분해야 한다. 물론 '충분하다'는 말 자체가 어폐일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이 완전히 없어질 만큼의 '충분한' 애도는 없기 때문이다. 그저 그 상실을 안고 상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특히나 이번처럼 사고로 인한 죽음, 갑작스러운 죽음의 경우 상실에 따른 슬픔과 비탄, 애통함은 더욱 크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번처럼 많은 이들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 사회적, 국가적인 애도가 필요한 것이다. 더 나아가 유가족들이 상실 이후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가사회적 사고나 재난의 경우 그 심리적 충격과 영향은 피해 당사자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개인(타인)의 죽음, 집단적 죽음이 그 개인이나 집단만의 일이 아닌 나와 우리 모두와 관련된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꼭 그 일이 나에게 생길 수도 있다는 전제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이 인간 세계에서 생명을 대하는 인간의 모습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걸 떠나서 갑작스러운 죽음이 닥쳤을 때 우리는 원인과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공감과 지지가 필요하다.... 지금 나는 그저 애통해할 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