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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Sep 05. 2021

육휴 정산(2) - 남성의 육아휴직

휴직 493일째, 민성이 D+742

'크아! 그래, 바로 이 맛이야!' / 2021.9.4. 집 앞 빵집


몇 달 전부터 오른쪽 날개뼈 부근이 뻐근하다. 처음엔 잠을 제대로 못 자 근육이 뭉쳤나 싶었는데 이렇게 오래가는 걸 보면 그렇게 간단한 건 아닌 것 같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민성이를 계속 오른팔로만 안아줘서 생긴, 일종의 휴직병인 듯하다. 실제로 어제(4일) 아이를 왼팔로 안아보니 아픈 게 덜했다. 그러고 보니 왜 난 진즉에 이 생각을 못했을까.


휴직병은 아내에게 먼저 찾아왔다. 그녀는 안 아픈 곳이 없었지만, 특히 손목이 심했다.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휴직 막바지쯤 그녀의 손목은 너덜너덜해졌다. 아내는 민성이를 떨어트릴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아내보다 크고 힘이 센 남자인 데다가 아이를 낳지 않은 나도 이렇게 애를 보며 갖가지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나보다 작고 가녀린, 거기에 무엇보다 아이를 낳은 직후였던 그녀는 오죽했을까. 


아내는 나보다 육아휴직을 짧게 썼다. 물론 거기엔 손목 통증도 기여했다. 우리 부부의 바통터치가 민성이 생후 8개월 때 이루어졌으니, 내가 그녀보다 반년 정도 민성이를 더 돌본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민성이를 키우는데 더 많이 기여한 걸까. 나는 절반에 훨씬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임신과 출산, 곧장 뒤따르는 초기 육아까지, 여성이 짊어져야 하는 신체적, 정신적 부담은 절대적인 것이다.


아빠의 육아휴직은 이제 고리타분한 이슈다. 남성이 왜 육아휴직을 써야 하는지, 그 이유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휴직 500일을 앞두고 있는 내가 지금 말하고 싶은 건 이 부분이다. 최소한의 균형.


대전제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건 부부가 동등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제에 동의하기 어려운 사람이 부디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전제를 받아들인다면, 부부는 어떻게 육아를 나눠해야 공평한 걸까. 


10개월 동안 아이를 품고 있다 출산을 하고, 몸도 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밤잠을 설쳐가며 모유 수유를 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퇴근 후에 아이 기저귀를 한 번 갈아주는 게 과연 균형이 맞는 걸까?


남편의 육아휴직은 그래서 최소한의 장치다. 감히 남편들에게 권한다. 1년이 어렵다면 한 달, 혹은 단 며칠이라도 주양육자가 되어보길 바란다. 그러면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조금은 느낄 수 있다. 휴직을 해본 것과 안 해본 건 분명 다르다. 0과 1이 같지 않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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