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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님 May 23. 2020

04 슬기로운 마당 생활

코로나 시대, 주택살이가 좋다.

  새벽 5시 40분..

   좀 더 자고 싶다는 육체와 이제는 일어나야 할 때라는

정신과의 다툼 그 중간쯤 놓인 상태에서 거실로 나간다.

  아침 식사와 남편의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오늘도 정신을 이기게 했다.

  늘 그렇듯 칫솔에 치약을 묻히고 입 안에 넣는다.

  동시에 한 손은 주방 쪽 창문을 연다.

  선한 공기가 잠을 깨우고 마당에 있는 우리 집 감나무가 늘 같은 자리에서 나를 반긴다.

  해가 빨리 뜨는 날도, 해가 구름에 가린 날도, 비가 내리는 날도,

  따듯한 바람이  코 끝을 스치는 날도, 쨍쨍한 날도, 쌀쌀한 날도, 눈이 내리는 날도,

  감사가 넘치는 날도, 괜 시래 울적한 날도,

  마음의 여유가 있는 날도, 웅크려지는 날도,

  속이 시원한 날도, 타래처럼 복잡한 날도...

  감정과 관계에 많은 영향을 받는 나로서는

늘 변함없이 동일한 것,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등을

좋아하는데 마당에 있는 한결같은 감나무가 그중 하나다.

 요즘은 잎이 푸릇푸릇하니 영락없이 청년의 모습이다.

  예쁜 새소리까지 선물해주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덤이다. 

  늘 드는 생각인데 마당이 있으니 참 좋다.

브런치 by 달님 《매거진_단독주택에서 살아가기》 04. 슬기로운 마당생활 5월의 어느 날 감나무 사이의 하늘 그리고 햇살...

  주택에 살게 되면서 사는데 변화를 가져다준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당연히 마당이다.


  나는 그 전에는 햇살 냄새라는 것 자체를 몰랐는데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에서는 햇살 냄새가 난다.

  그동안 봐왔던 하늘과는 달리 마당에 나와서 보는 하늘은 더 높고 더 넓다.

  

  이번 코로나 19도 마당 덕분에 잘 넘긴 것 같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편은 출근을 해야 되니 어쩔 수 없이 외부와의 접촉을 피할 수 없었고

  나와 올해 중학생이 된 아들은 증상이 전혀 없었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 전까지

외출은   번뿐, 외부와의 접촉을 알아서 차단한  집에만 있었다.

  교복, 교과서 수령과 추가 예방 접종을 입학 전에 꼭 하라는 학교의 연락이 없었다면 그마저도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 이후에도 외출은 거의 없이 집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까 말이다.

  남편이 회사 동료들에게 아내와 아들이 외출 없이

집에만 있는데도  지낸다고 했더니 답답해하지 않냐며 다들 다고 .

성향 탓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당이 있어서였던 것 같다.

  

  3,4월 햇살이 제법 따듯해지기 시작하면서 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상을 폈다.

  야외용 테이블도 있지만 왠지 바닥에 자리 펴고 앉는 게 평상 느낌도 나고 좋았다.

  아들이 좋아하는 매실차,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들고 나와 마시면서

아들은 태블릿으로 온라인 수업을 받거나 숙제를 하고

나는 영어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었다.

  햇빛을 담뿍 받으면서...


  공부를 마치고 나서는 마당에서 같이 축구를 했다.

  몇 발자국 왔다 갔다 하면 마당 끝과 끝이지만 한쪽 끝을 각 자의 골대삼아 공격, 수비, 골키퍼를 다 해낸다.

  엎치락뒤치락, 운동신경 좋지 않은 것도 비슷해서 그런지 전, 후반 각각 5점 먼저 채우기 수도 금방 나고

킥킥, 큭큭 우리 둘만의 웃음도 끊이지 않았다.

  같이 줄넘기 내기도 해본다.

  슴도치도 제 새끼는 이쁜 터라 태권도장에서 배웠다며 2 뛰기도  개는 해내는 아들이 놀랍고 특하.

  

  어떤 날은 같이 감나무 밑에 자라 있는 잡초를 뽑아주고 잡초 방지매트도 깔아줬다.

  아들은 비장하게 물총을 들고 장독대에 올라가 작은 진딧물들을 향해 고독한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지인을 통해 커트를 배워뒀던 나는 코로나 19 영향으로 미용실 가기도 조심스러워   머리 커트를 직접  주었다.

 마당에 의자 하나 놓고 야외테이블 위에 작은 거울 하나 놔두면 미용실 완성이다.

  커트를 마치고 나서도 툭툭 털어내고 몇 번 쓱쓱 쓸어주면 마당 청소까지 저절로 끝이다.


  마당 덕분에 잘 지내온 거 같다.

 아니,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다.


  마당은 자연도 담아주고

              성장도 담아주고

              추억도 담아내 고 있다.


  글을 쓰고 나니 지난 1,2월에 시부모님 댁에서 지냈던 생각이 떠올랐다.

  남편 교육이 그 근처에 있어서 따라가서 지냈는데

코로나 19가 일파만파 퍼질 때라 면봉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던 기억이 났다.

  최대한 귀퉁이에서 서서 아무것도 만지지 않으려 했던 기억도..

  굳이 외출을 하지 않아도 답답하지 않고

외출할 때 엘리베이터를 탈 일도 낯선 사람을 만날 일도

없는 우리 집이 참 좋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주택이 이래저래 우리한테는 잘 맞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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