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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송이 Jul 06. 2024

오늘을 보내기 싫어서 바락하는 중

기록을 남기는 것이 또다시 소중하다고 느꼈다.

2024.06.22 스벅에서


누군가 인생의 치트키를 알려줬다. 적용이 안됐다. 머리가 나쁜데 게으르기까지해서.

1.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단계

2.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단계

3. 무엇을 해야하는 아는 단계

4. 실천하고 투명하게 피드백받는 단계


지난 3개월 동안 사람들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대인기피증? 우울증? 잘 모르겠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간절했다. 처음에는 낮과 밤이 바뀌도록 해야하는 업무 핑계를 댔다. '일 때문에 나는 힘들어'


그런데 그 일을 몇 주해보고나서는 일도 내가 힘든 이유가 아니었다. 힘든 건, 감정이 무딘 나에게 가장 먼저 들킨 반응이 몸이었다. 잠을 이루질 못하고, 누군가 대화를 해도 그 상황에서의 대화가 들리지 않고, 어제 한 일이 기억이 나지 않고 침대 밖으로 벗어날 수 없는 상태.


언젠가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매일을 보내니, 3개월이 지나있더라. <마음지구력>이라는 책에서 감정이 무딘게, 억누르는 것이 습관화된 방어기제이지, 감정이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오랫동안 무뎌진 감정은 슬픔, 고통, 외로움 등을 삼켜서 내게 '괜찮다'를 가스라이팅했다.


지난주부터 아침 기상시간을 고정시키고, 야외 런닝을 시작했다. 운동을 마치고나서는 10분 정도 명상을 한다. 주어진 10분 동안, 나는 나를 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루를 보낼지,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사고로 살아갈지 등등 10분 동안 나는 나를 본다. 그렇게 시작한 아침은 서서히 나를 기대하게 했다. 출근시간을 앞당기고, 책 읽는 시간을 늘리고, 야외 활동을 더 하게 하면서 세상 밖으로 끌어냈다.


그렇게 보낸 2주, 토요일 저녁 9시 37분.

아직도 나는 내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미래에 무엇이 되어있길 원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답을 못 내렸다. 나에 대해서 정말 무지 상태이다. 알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어렵다.


과거가 기억이 나질 않고, 미래에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2024.07.06 스벅에서


7월 첫째주를 마무리하는 토요일 밤. 너무나도 신나게 보낸 이번주가 무조건 기록을 해야한다고 나를 카페로 내보냈다. 미루다미루다 주말까지 왔는데, 오늘은 무조건 작성하고 나가야지. 누군가의 글에서 번아웃에서 대해서 '사고 확장이 안되고 갇힌 기분(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딱 내가 그랬다. 내가 나를 가두면서 힘들어했다. 기대가 안되고 설렘이 없고 멍한 하루의 반복이었던 몇 개월을 보냈다.


그러나, 이번주는 특별했다,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많이 받았다고 해야겠다. 우선, 영화 <탈주> 무대인사를 보러갔다. 거기서 당첨이 되어 배우 이제훈과 사진과 영상을 찍고 선물을 받았다. 크로스핏을 등록했는데 새벽반 참여를 3번이상하면서 근육통을 경험하면서 아침시간을 잡았고, 책 1권을 읽으면서 독서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은 동료(소정님)의 생일이면서 대표님의 결혼식이어서 크리에이터들과 다같이 놀 수 있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왜 망하는 지구에 사과나무를 심는데?'라는 대사가 나온다. 망해하는 야구팀, 드림즈를 다시 세우려는 백승수(남궁민 배우)와 드림즈팀을 없애고 싶은 구단주 조카 권경민(오정세 배우)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나온다.


지하 깊이까지 무기력했던 내가 나 스스로를 일으키려고 바락 중이었다. 책도 읽어보고 운동도 해보고 스터디도 나가면서 나를 구원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이번주는 이런 나를 복돋우려는지 여러 선물을 주면서 내 하루를 새롭게 만들었고, 내일을 기대하게 했다. 행복했다.


최근 드라마 <졸업>을 봤다. 학원 국어 스타강사 정려원과 학원에서 강의를 막 시작한 그녀의 제자이기도 한 위하준이 나온다. 단순 둘의 연인 스토리뿐 아니라, 마지막에는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방식으로 갈등하게 된다. 정려원은 스타강사가 된 것이 입시에 가장 빠른 속도로 성적을 안겨줬기에 가능하여서 그런 입시위주의 교육을 강조했고, 반대로 위하준은 '국어'는 모든 과목, 더 나아가 삶을 더 나아가게 하는 것으로 제대로 느끼고 감상하고 이해하는 등 삶을 살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빠르게 공부하여 대학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서 키우는 게 정답인 한국에서 나역시도 한국의 속도를 따라가느라고 버벅되고 그러다가 주저앉고 좌절하고 있었다. 삶을 느끼고 즐기고 감상하는 것 따위는 신경쓸 틈이 없었다. 그러다가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같이 지나 간 이번주는 내가 월요일을 즐기고 화요일을 보람차게 느끼고 수요일을 기쁨에 차서 울고 목요일을 명상을 함으로써 침착함으로 감싸고 금요일을 쿠로를 보러가는 설렘으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오늘을 보내기 아쉬워서 쓴 이 글이 내일 보고 한달 뒤에 보고, 1년 뒤에 보더라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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