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남의 일기를 보는게 좋네요
일기를 쓰는 것은 흔적을 남기는 것 같다. 그 날, 그 당시, 그 시간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기분이었는지를. 남이 보지 않을텐데도 일기에 행복만 기록하고싶은 건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사람 마음이라는게, 기쁜 감정들로 가득 채워내고만 싶더라.
누군가의 일기를 본 적이 있다. 에세이처럼 담겨져서 그 해에 그가 혹은 그녀가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에 대해서 상상이 가능했다. 성수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나른한 오후시간에 다른 사람의 과거를 상상한다는 것이 이렇게 재미난지를 처음 알았다.
요새 내 하루를 담은 일기를 돌아봤다. 고정적인 루틴과 느낀 점 없는 하루들이 많아졌다. 일상의 무료함을 느낄 틈 없이 나름의 체계로 하루하루를 쌓아갔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지난 날들을 돌아봤을 땐 특별한 에피소드가 전혀 없는 그런 날들로 채워가는 듯하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가 이제 내게 숙제가 되어버렸다. 흔적이 옅어지고 기록이 귀찮아지는 시점이 되어버렸다. 이런 요즘, 누군가의 공개된 일기를 본 것이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오늘 남은 하루 어떻게 채워나갈지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