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라 하기에는 너무 생생한 시간들 in 싱가포르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아직도 너무 생생하다. 현생을 살면서 이따금씩 보는 갤러리의 사진을 보면서도 여전히 그립다. 싱가포르 여행 후 달라진게 있다면 일상이 좀 더 정형화되도록 일상을 루틴화하는 것이다. 회사와 함께 학교생활을 병행하면서 피곤함이 8할이라서 늦잠과 핑계대기 바빴던 2025년 상반기를 보냈다. 여전히 나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에서 머물렀던 추억이 생생하다. 또다시 회상을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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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베이샌즈 호텔에서 하루를 보낸 후, 아침 6시부터 시작된 다음 날을 보도록 하자.
호텔에서 눈을 뜨고 리모컨으로 커튼을 걷을 때면, 눈앞에 싱가포르 전체가 펼쳐진다. 그렇게 시작하는 아침이면 갓생살기가 되더라. 갑자기 일찍 일어나고 싶어지고, 열심히 살고싶어진다. 그래서 헬스장(피트니스센터)에 갔다.
나는 tower1에서 머물었는데, 헬스장은 호텔을 아예 나가서 신호등을 건너 쇼핑몰 타운에 있었다. 창가로는 명품 브랜드들의 샵이 보이는 백화점 3층에서 운동을 하는 느낌으로 생각하면 좋다.
미라클모닝을 여기서 다시 시작했네
헬스장 런닝을 뛰고나서 샤워를 하고 또다시 욕조에 몸을 담구며 생각을 했다. ‘내가 마리나베이샌즈호텔까지 갔는데 무엇을 놓쳤을까...’ 인피니트 풀이었다. 수영복도 갖고왔고 사진을 위해 카메라도 들고 온 나였지만, 여기 가볼 생각을 아예 못한 나였다.
어려서 수영을 배워 일반 여성분들보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나였고, 고향인 대전에서 새벽수영을 했고 근처 대천해수욕장에서 여름을 보냈던 나였다. 그러나 서른인 지금은 물 속에 들어간 나보다 파라솔 아래, 물 속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주변 풍경을 둘러보는게 좋은 내가 되었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꼭대기, 57층으로 가면 3개 타워가 연결된 드넓은 풀이 펼쳐진다. 온전히 투숙객만이 입장이 가능한 이 곳에는 그들만이 느끼는 소속감과 자부심이 묻어난다. 우선 웃음 인사를 자주 보게 되고, 여유있는(무한히 이용할 수 있기에) 모습들을 많이 보이더라. 하늘과 수영장이 닿을 듯한 느낌을 주는 이 풀에서는 물에 튀겨도 즐겁고 넘어져도 재밌어보였다.
이날따라, 그리스로마신화같은 구름이 한껏 멋을 부려서 경치조차 너무나도 아름답더라. 3일 전에 염색한 붉은 머리가 한탄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수영조차 꺼려했던 내가 발이라도 담글 수 있도록 상당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사람들이 자랑하고 싶어하고 자랑하는 곳은 그만한 이유가 묻어나는 것 같다.
마리나베이샌즈 인피니트 풀은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기고, 근처 가든 산책을 갔다. 호텔과 다리로 이어져서 펼쳐지는 화원같은 느낌이다. 지도는 틀렸고 직감은 맞았다. 어느 곳을 가도 나무와 공룡만한 조형물들이 펼쳐졌다.
엄청 습하고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찍힌 모든 사진들이 푸르고 색감이 강한 것을 보면 여기는 더워죽어도 가야할 관광명소가 맞는 듯하다. 한창 멋을 부리고 구두를 신고 간 내가 발이 아프더라도, 전체를 돌아다녔던 이유가 다 있었다.
유료 입장하는 플라워 돔과 실내정원을 제외하고 야외를 열심히 구경하였는데, 그렇게해도 2-3시간이 지났다. 마리나베이샌즈 앞에는 호수와 함께 머라이언 파크가 보이는 장관이 펼쳐지는데, 뒤에는 가든즈 바이 더베이를 한강산책로처럼 구성하여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런닝을 하도록 공원처럼 구성되어있었다.
미로같은 이 곳에서 수많은 나무들과 갑작스러운 동물들의 출현이 아니라면 멍하니 몇키로를 걷게 된다. 여기서 나는 무엇을 하는 것일까, 왜 싱가포르왔지?, 왜이렇게 습하지부터 시작해서 여기서 아이스크림 장사해도 되겠다, 여기서 납치되어도 누가 알까?, 한국가면 또 바쁘겠지 등 오만가지 생각들이 든다.
허기진 것을 잊을 정도로 그동안 머리가 복잡했나보다
싱가포르는 물가가 비싸다는 말을 수십번 들었다. 달러 결제를 하다보니 사실 체감도 잘 안되었다. 산책을 하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카페러 후다닥 들어가서 휴식을 취했던 곳이 스타벅스였다.
외국인 여행자답게 절대 한국에 없는 메뉴와 음료로 주문을 해야하고, 사이렌오더는 혹여 될까 싱가폴 스타벅스 앱을 다운받으려했지만, 그냥 직접 주문이 훨씬 빠른 싱가포르였다. 말차케익과 당시 한국 프리퀀시 적립처럼 신메뉴였던 망고 슬러쉬를 주문했다. 이후 결제된 금액을 보면, 한국에서 음료 1+케잌1 가격과 3-4000원 정도 더 비싼 것을 알게 되었다.
남들이 말할 때는 죽어도 귀막으며 안 듣다가, 이렇게 몸소 느껴야 맞다는 것을 아는 나는 벌써 30살이다. 엄마 말과 잔소리는 30년 동안 나에게 무용지물인 셈이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거니깐 다들 노관심이었으면 좋겠다.
스타벅스에 앉아있는 여행객들을 보면, 현지인은 주민들에 가까웠고 대다수가 가족 아니면 연인들이었다. 인종도, 나이도 특정화할 수 없었다. 이전에 유현준 건축가님께서 도시에 공원은 여러 다양한 사람들과 계층들이 어울릴 수 있는 장이기에 사회구성원들이 모두 마주하며 화합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가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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