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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채물감 Jan 13. 2023

평온을 위한 몸부림

역지사지의 괴로움

떠나고 없는 S를 향해 당신은 또 부르르 화를 낸다.


S가 잘못한 것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상사인 당신 말을 무시하니 당신이 화가 날 만하다.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

맞아요, 그럼 안되죠, 제가 주의를 주겠습니다....

그 말이 진심으로 나오질 않는다.

분명 S가 잘한 것이 아님에도

그렇다고 당신렇게까지 흥분할 일은 또 아니다.

당신이 화가 나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는 것을 안다.

S는 몸이 아픈대도 쉬지 못하고 꾸역꾸역 출근을 해서 일을 했다.

그러나 당신은 그걸 몰랐는가

아니 그것은 당신에게 고려대상이 아니었나보다.

S가 퇴근을 하고 없는 자리에서

그리 화를 내는 것은

S에게 나라도 한마디 하라는 뜻이었을 테지.

당신이 이렇게 S를 참아주고 있으니

옆에 있는 나도 좀 알아 달라고

앞에서는 화를 내지 못하였으나

내가 대신 바로잡아달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아...

그런데 어쩌면 좋으냐.

S도 당신을 참아주고 있는 걸.

나도 당신을 견뎌내고 있는 걸.

당신만 참고 있는 것이 아님을

정녕 모르는가. 


아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당신이 더 무섭다.

나의 노력은 당신에게 무시되고 있는 거니까.

나는 당연히 당신을 견뎌야 하고

당신은 반드시 존중받아야 니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한다.

나는 너를, 너는 나를 배려해야 한다.

역지사기본이 되어야 하고

실수가 반성을 이끌고

반성이 개선의 기회여야 한다.


당신은 나를 존중하고 있는지

S를 배려하고 있는지

아차 실수의 순간 찰나의 후회라도 지나가는지

가슴 안에서 잠시 자신을 타이른 기억이라도 있는 것인지 


나 역시 당신의 기분은 아랑곳 않고

부러 더 크게 인상을 쓰기도 하였다.

당신의 무개념을 감히 언어로 표현할 수 없어

나는 방금 당신으로 인해 상처받았음을

그렇게라도 제발 알아차리라는 몸짓이었음을

당신은 짐작이라도 하는 것인지.

좀더 세련된 방식으로 나의 진심을 알려야지

그러나 당신을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치밀어오르는 무언가가 나를 도로 주저앉히고 말아.


당신도 혹 그러한가

나처럼 자신을 어쩌지 못해

늘 그 모양인 건가


당신의 한마디가 나에게 약이 될 수도 병이 될 수도

당신의 한마디가 나에게 희망이 될 수도 절망이 될 수도

그럴 수 있음을 아는가


나의 한마디도 당신에게 그랬을까.

나의 한마디는 그만한 힘이 과연 있었을까.

그마저 없다면 나는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냥 포기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이해하려 하는 것이 불행이라면 포기가 답인 것이 당연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연히 이해가 될 날이 오려나


하지만 왜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아직 포기 전

아직 불행상태.

나는 당신을 이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평온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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