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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채물감 Jan 02. 2023

새해에는 새로 시작이죠

새해 첫 출근날 아침에는 으레 서로들 새해인사를 하느라 바쁘고 공식적으로 시무식도 거행한다. 새해가 되었다 한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고 오늘과 다르지 않을 내일인데 말이다. 나는 굳이 '첫날'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다짐과 파이팅을 해야 할 명분을 줄 생각이 없다. 그런 의미 부여는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나 할 일... 아니 꼭 그런 것은 아니지. 1월 1일에 처음 떠오르는 해를 맞기 위해 깜깜한 새벽에 산을 오르고 몇 시간 동안 차를 달려 해돋이 명소를 찾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어르신들도 많이 계신데 주제넘은 말은 삼가야겠다. 사실은 나의 게으름과 무거운 엉덩이 탓이니 말이다.  


앞 공원 언덕에 있는 전망대조차 새해첫날에는 동네사람들로 북적여서 해돋이를 보려면 까치발을 들고 동동거려야 한다.

어제는 나도 살짝 마음이 동하여 아침 7시 알람에 눈을 뜨고 밖을 내다보았으나 구름인지 미세먼지인지로 하늘이 희끄무레하여 그마저 나가보지 않았는데, 첫째아이가 보여준 친구의 SNS에 해돋이 사진을 보고 살짝 후회가 들기도 하였다.


어제의 그 태양이 오늘 저 중천에도 떠올랐지.

어제 둥실 떠오르던 모습을 보러 나가지 못하였어도 이해해 주소서 해님이여. 나는 오늘의 나를 어제처럼 다시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하루를 24시간으로 한 달을 30일로 일 년을 365일로 그렇게 1이라는 숫자와의 주기적 만남은 어쩌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만큼의 열매를 얻지 못하였어도 다시 힘을 내어 시작하면 더 좋은 결과를 받을 수도 있을 거라는, 혹여 노력이 부족하였거나 때로 매우 방탕하였어도 이대로 끝이 아니니 다시 출발점에 설 기회가 있다는...

포기하지 않게 쓰러지지 않게 그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 주려는 먼저 세상을 살았던 현자들의 가르침인지 모르겠다.


여기 살아있는 한 누구에게도 공평한 또 한 번의 시작.

그 기회를 함부로 버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갑자기 눈이 번뜩 뜨인다.

올해의 작은 계획을 하나 세워야겠다.

그리하여 오늘의 숙제는 계획 세우기... 라고 적는 순간 찾았다.

브런치를 적어도 2주에 한 편 올리기.

바쁘고 피곤하고 늘 핑계가 앞서 한참을 소홀히 했다. 이렇게 다시 시작을 위해 새해가 밝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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