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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 Mar 13. 2021

선택의 기준

나에게 맞는 곳은?

내가 지금까지 살았던 나라들은 다 공용어가 여러 개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11개, 싱가포르는 4개, 그리고 스위스도 4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흔히들 말하는 단일민족 국가인 대한민국 사람인 내가 살았던 나라들은 전 세계에서도 다문화라면 손꼽히는 나라들이라는 게. 
 
처음에는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다. 삶이 나를 이 나라들로 이끈 거라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연보다는 나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인연이었다. 나라를 옮길 때마다 여러 군데의 선택지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10대의 나도, 20대의 나도, 그리고 30대의 나도 항상 다인종, 다문화, 다언어, 삼박자를 고루 갖춘 나라들을 골랐다. 
 
궁극적으로 갈 것이냐 말 것이냐? 어디로 갈 것이냐? 의 대한 결정은 나에게 있었고 지금까지 세 번의 결정에서 나는 세 번 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나라를 선택했다.
  
스위스로 말할 것 같으면 하다못해 시리얼 박스 설명서와 마트 영수증도 불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세 언어로 쓰여 있다. 불편할 텐데 굳이 왜 그렇게 하나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에게 이 나라의 이런 특징은 굉장히 재밌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여러 언어로 써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공용어를 여러 개 지정해둔 것은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남아공도 좋았고 싱가포르도 좋았다. 그리고 아직은 알아가는 중이지만 스위스도 좋다. 여러 문화와의 교류와 서로 다른 문화들이 섞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새로움. 예를 들자면 어제저녁은 폴란드 친구와 보드카를 마시며 보냈고 내일 저녁은 프랑스 친구와 와인 한잔 하며 먹기로 했다. 아파트 관리를 해주시는 아주머니는 볼리비아에서 오셨는데 덕분에 스페인어 단어도 몇 개 배웠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좋은 선택,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나의 가치관을 잘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나온 선택들을 뒤돌아 보니 나에게 있어서 ‘다양성’ 그리고 그것을 감싸안는 ‘포용성’ 이 두 개는 굉장히 중요한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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