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내야 시작을 하지
싱가포르는 나에게 20대 그 자체였다. 10대를 보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치안 문제가 지긋지긋해서 가장 안전하다는 나라, 싱가포르로 대학교를 갔다. 4년이 10년이 될 줄 그때는 몰랐다. 근데 싱가포르는 그런 나라다 한번 오면 그 안전함과 편리함에 금방 녹아들어 헤어 나올 수 없는 그런 곳.
매번 “떠날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다른 곳에 가면 이렇게 편하게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 떠나지 못하는 곳. 어찌 보면 지겨울 정도로 안락한 곳…
근데 어느 순간 싱가포르의 장점들이 나에게 단점들이 되었다. 꽤 오랜 시간 마음 한편으로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지만 싱가포르의 그 달콤한 안락함에 취해 쉽게 떠나지를 못했다. 한때는 그 안락함이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호막 같았지만 지금은 나를 가두는 새장 느낌이었다.
싱가포르는 분명 매력적인 곳이지만 지금 내 인생 이 시점에서 필요한 곳은 아니라는 판단이 섰고 그래서 그냥 떠나기로 했다.
싱가포르도 회사도 let it go 하기로 했다. 때론 비워야지 채울 수 있는 거니까.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는 거니까.
"Every new beginning comes from some other beginning’s end" – Seneca
내 청춘의 전부 - 싱가포르, 고마웠어 그리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