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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 May 16. 2020

결혼식 축사 – 미뤄진 결혼식을 위한 축사

2020년 5월

며칠 전 존이라는 BBC 기자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미뤄진 자신의 결혼식을 생각하며 쓴 위트 있는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링크는 글 엔딩에 있습니다). 같은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속상할뻔한 기억을 재치 있게 풀어쓴 그 글을 읽으며 위안을 얻었습니다. 베테랑 기자만큼은 못 쓰겠지만 그의 글에서 영감을 받아 저만의 “미뤄진 결혼식 축사”를 써보았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말도 안 되는 요즘을, 저의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합니다. 
 
혹시 독자분들 중에 저처럼 결혼식이 미뤄졌거나 영향을 받으신 분이 있으시다면은, 제 글이 조금은 위안이 됐으면 합니다. 



결혼식
 축사 – 미뤄진 결혼식을 위한 축사 
 
2020년 5월


오늘 세계 각지에서 따듯한 마음과 응원의 메시지로 저희 커플의 결혼식 “날”을 축하해 주신 가족, 친지, 친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예정대로라면 제 인생에서 손꼽을 아주 특별한 날이었겠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서울이 아닌 싱가포르에서, 아름다운 웨딩드레스와 비싼 청담동 메이크업이 아닌 파자마와 쌩얼로 이 축사를 전합니다. 


미루기로 결정한 지 몇 달이 지났지만도 작년 여름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나 정성스레 준비해온 저의 로망 야외 결혼식!이었던지라 오늘, 당일까지도 손톱만큼의 미련은 남아있었습니다… 쿨하지 못 한 여자라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남아있던 미련이 사라졌습니다. 


비록 결혼식은 하지 못 했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오늘 저는 제가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 얼마나 인복 많은 존재인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기다린 만큼 더 멋진 결혼식 하면 된다고 위로해 준 친구들, 혹시나 속상해하고 있을까 연락해준 회사 동료들, 철부지 딸 투정받아주시는 부모님, 그리고 아침부터 서프라이즈로 꽃다발을 안겨준 남자 친구까지. 오늘이 없었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여러분 마음 씀씀이에 오히려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남자 친구와 더 돈독한 관계를 쌓고, 늘어난 시간만큼 좀 더 느긋하게, 침착하게 결혼 준비를 하려 합니다. 기다린 시간만큼 더욱더 멋지고 축제 같은 그런 결혼식을 만들려 합니다. 


친애하는 하객 여러분, 처음 결혼식 소식을 전했을 때 보여주신 기쁨, 결혼식이 미뤄졌다 전해야 했을 때 보여주신 위로, 그리고 오늘 기억해 주시고 연락 주신 그 마음 씀씀이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든 게 이상하고 불안정한 요즘입니다. 몸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 건강도 챙기며 지내면 이 시기도 곧 지나갈 거라고 믿습니다. 모두 건강 잘 챙기시고 결혼식날 뵙겠습니다^^  


Cheers! 



 존의 글: https://www.bbc.com/news/stories-52488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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