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현재 둘 다 휴직 중이다. 남편이 5월부터 육아휴직 중이었고, 나도 10월 초에 휴직을 했다. 남편이 11월 초에 복직하기 전까지는 둘 다 휴직 상태다. 일부러 계획한 것이 아니라 갑자기 주어진 한 달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멀뚱멀뚱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멀뚱한 침묵을 깨고 남편이 말했다.
"우리 제주도 갈까?"
그동안 제주도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 건 나였다. 하지만 남편이 워낙 집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주도에 갈 생각은 차마 못하고 있었다. 한때는 어떻게 해서든 제주도에 가보려고 남편과 다이어트 내기까지 했었지만 그 다이어트에 실패하게 되면서 '올해는 물 건너갔겠거니'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남편의 입에서 제주도에 가자는 말이 나오다니? 나는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남편을 봤다.
"진심이야?"
"어. 네가 계속 제주도에서 한 달 살아보고 싶다고 했잖아. 한 달까지는 못 있어도 일주일은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기회가 또 없잖아."
이럴 수가. 말하면 이루어진다더니 정말이었구나. 고속도로만 타도 질색하는 남편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온 것은 내게 기적과 다름없었다.
"그동안 제주도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 보람이 있네!"
나는 처진 달팽이의 '말하는 대로'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며 한껏 신이 났다. 그때부터 여행 계획을 세웠다. 아기가 있기 때문에 차는 필수였고 제주도에 하루 이틀 있을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배를 이용해 자차를 가져가기로 했다.
제주 여행을 계획하는 데 이번에 나온 JJ teacher 작가님의 책 <아이와 떠나는 제주 여행 버킷리스트>가 많은 도움이 됐다(이 책을 살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제주도에 갈 수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책이 너무 알차서 그 책 한 권으로도 어딜 가야 하나 불안했던 마음이 많이 해소됐다. 지금은 제주도에 가는 배와 7박을 할 숙소를 예약해놓은 상태다. 돌아오는 배편은 아직 예약하지 않았다.
이제 제주도에 가기까지 5일이 남았다. 남편이 슬슬 어딜 갈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 보자고 하는데 나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남편은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J이고 나는 즉흥적인 P라서 항상 이런 식이긴 하지만 내가 게으름을 피우는 건 꼭 P이기 때문은 아니다. 제주도인데 어디든 안 좋을까 싶어서다. 나는 알고 있다.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 이미 행복할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