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었으면 편했을 텐데.”
또다. 남편은 기어이 이번에도 저 말을 하고야 말았다.
날씨 좋은 봄날 주말에 우리 가족은 당일치기 캠핑을 위해 용인자연휴양림으로 갔다. 새로 구입한 웨건에 호야랑 짐을 올리고. 낮 12시쯤 도착한 잔디광장에는 이미 텐트가 쫙 깔려 있었다. 아이와 공차기를 하며 노는 사람, 연날리기를 하는 사람, 비눗방울 놀이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리도 한쪽에 텐트를 쳤다. 그리고 호야랑 열심히 놀았다. 공놀이도 하고 비눗방울 놀이도 하면서. 호야는 특히 큰 비눗방울을 만들어주면 그걸 쫓아가 터뜨리는 데 즐거움을 느꼈다. 누군가가 항상 비눗방울을 만들고 있어서 잔디광장 위에는 비눗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 다녔다. 아직 지지 않고 남아있는 벚꽃도 가끔씩 꽃비를 내려줘 우리가 있는 풍경을 더 아름답게 했다.
처음엔 항상 즐겁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남편이랑 투닥이기 시작하는 건 늘 오후 3~4시쯤, 호야 낮잠 재우기에 몇 번 실패하고, 남편과 나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부터다. 그때쯤 되면 남편은 밖에 나와서 힘들다는 말을 꼭 한다. 그 말을 들으면 나도 기운이 쏙 빠지고 입이 삐죽 나오기 시작한다.
“몇 번 나오지도 않는데 나올 때마다 그 말을 해야 돼?”
“주말마다 나오니까 그렇지. 가끔 나와야 재밌지, 어떻게 매주 나오냐?”
“겨울에는 집에만 있었잖아. 이제 날씨 좋아져서 좀 나온 건데.”
우리가 투닥이는 사이, 호야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결혼 4년 차. 우리는 한 번씩 투닥이느라 바쁘다. 남편은 나한테 맞추느라 힘들다고 하고, 나는 남편한테 맞추느라 힘들다고 한다.
"우리 달라도 너무 다른데? 결혼은 어떻게 한 거야?"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남편과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나. 이밖에도 다른 점은 셀 수 없이 많다. 일상의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남편과 나는 번번이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며 화들짝 놀라야 했다.
"호야야 빨리 커서 엄마랑 둘이 놀러 다니자~."
호야가 몇 살쯤 되면 둘이서 다닐 수 있을까.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둘이서 캠핑도 가고 야구장도 가고 낚시도 가봐야지. 그때는 남편이 끼워달라고 해도 안 끼워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