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에서 봤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남성보다 여성이 긍정적인 감정을 더 잘 느낀다고 한다. 우울증도 여성이 두 배 정도 많이 겪지만 긍정적인 감정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자주, 더 강렬하게 경험한다고.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우울해서 웅크려 있거나, 기분이 좋아서 방방 뛰는 건 대부분 내쪽이다. 남편은 특정한 일이 있을 때만 가끔씩 기분을 드러낸다. 예를 들면 피자를 먹을 때는 기분이 좋고 나들이를 갈 때는 기분이 안 좋다.
가끔은 자신의 기분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루는 내가 남편에게
"행복해?"
하고 물은 적이 있다. 결혼 2년 차였고 호야가 태어난 지 200일쯤 됐을 때였다. 내가 행복감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남편도 으레 나와 같겠거니 확인하고 싶어서 물어본 말이었다.
"행복? 이게 행복한 건가? 행복한 게 뭐지? 잘 모르겠네.”
돌아온 남편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나를 만나고 행복한 적이 없단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면서 서운했다가,
‘어떻게 행복한 게 뭔지 모르지?’
신기한 마음도 들었다. (어쩌면 모르는 게 아니라 그냥 행복하지 않을 뿐인지도…)
사실 나도 매일의 행복을 확인하는 능력(어떤 면에선 능력이라고 생각한다)이 생긴 건 산티아고 길에 다녀온 다음부터였으니 몇 년 되지 않았다. 산티아고 길이 내게 준 선물이었던 셈이다. 아무리 남성이 여성보다 긍정적인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남편도 나처럼 어느 날 갑자기 행복이란 감정을 마주할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 전에는 꺄르르 웃는 호야에게 남편이 물었다.
“호야야 행복해?”
옆에서 듣던 내가 새우눈을 하고 물었다.
“뭐야~ 행복한 게 뭔지 알고 묻는 거야?”
“그냥. 호야가 웃는 게 행복해 보여서.”
남편이 대답했다.
행복은 ‘내 삶을 사랑하는 정도’라고 한다. 남편과 나는 자신의 삶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을까. 오늘 남편이랑 또 수다를 떨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