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사실은 다 나 때문이야
나는 사실 꽃이 아니라 이끼 정도에도 행복한 사람인데, 꽃을 바라는 척해본다. 왜냐면 나는 여전히 보잘것없는 추억에 취약해 그렇다. 즐거이 누볐던 거리들에 신나게 이야깃거리들을 쉼표로 늘어놓다가 눈물이 나올 것 같으면 금방 마침표를 찍는다.
새로운 무언가를 할 때마다 성에 차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은데. 수많은 기준들이 내 것인지 남의 것인지 헷갈려하다 그냥 내 것이라 덮어둔다. 사실은 다 나 때문이다.
세상은 매일 나의 자존감을 묻는다. 근데 아무것도 자신 있게 가진 것이 없다.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인 척해봤지만, 사실은 모든 것이 남의 것이라 빌려 쓰는 그 마음이 참 무겁다. 나는 매일 침대 속에 꼬르륵 가라앉으며 자격지심 덩어리 또는 열등감 덩어리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너 때문이라고 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내가 더 초라해져서 그냥 나 때문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