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상사가 차 한잔 하자며 자신의 직급이 강등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회사의 시작을 함께 했던 상사가 내외부적인 힘으로 현재의 자리에서 내려가라는 압박을 받은 지 거의 1년 만의 소식이다.
상사의 복잡한 마음이 표정과 말투에서 그대로 전해졌다.
쌓아온 시간이 보상받지 못하고 오히려 평가절하된 듯한 그의 기분에 나 역시 씁쓸한 감정을 느꼈다.
회사의 시작을 함께 한 입사동기로서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는커녕 오히려 핍박을 견디지 못해 꺾인 것에 대한 서운함과 아쉬움이 내 마음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당장 그분을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이런 순간일수록 서로를 지난 시간을 격려하며 그나마 함께 하게 될 앞으로의 시간에라도 감사해야 할지... 아니면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 더 높은 상사를 향해 같이 욕이라도 해줘야 할지... 답을 찾기 어려웠다.
결국 어색한 말들로 그 자리를 파하고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했다.
그나마 지금 자리에서 내려올 상사에 대한 회사의 압박이 조금은 누그러들지 않겠냐는 생각과 앞으로 동료로 함께 할 시간들이 있어 그나마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이번 일이 그가 지금까지의 겪은 감정적 고투를 내려놓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직급이나 자리에 상관없이 우리는 여전히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동료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진심 어린 축복이 그에게 앞으로의 날들에 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