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둔 마음을 꺼내어...
어느 직장인의 월요일
월요일 아침, 사무실에 갇혀 있는 이 시간이 이대로 흘러가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바쁜 일상에 파묻혀 있으면 깨닫지 못하지만, 오늘처럼 한가한 날이면 창밖의 하늘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구름이 흘러가듯, 내 시간도 어느새 흐르고 있는 것 같아 조바심이 일어난다.
팔순을 앞둔 아버지의 건강이 부쩍 나빠지셨다. 여기저기 병원을 다니며 좋지 않은 소식을 들으신 후로, 종종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말씀하신다.
병원에 갇혀 있는 시간이 아깝다며, 의사의 강력한 입원 권유에도 불구하고 퇴원을 고집하셨다.
밤에는 남은 시간을 TV로 즐기시느라 쉽게 잠들지 못하시고, 낮에는 남은 시간이 아까워 눕지도 못하고 앉은 채 졸고 계시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이런 아버지를 보며, 나는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대학교 졸업 후 잠시 했던 배우 생활을 뒤로하고, 줄곧 무대 뒤에서 누군가를 빛내기 위한 조력자 역할에 충실해왔다. 무대 위가 아닌 뒤에서, 많은 이들이 무대 위와 앞에서 최고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안 보이는 곳에서 노력해 왔다.
때때로 쉽지 않은 그 길을 다양한 역할로 감당해 오며, 나름의 사명감과 이유를 찾기 위해 부단히 도 애썼다.
동시에 내 안의 감정과 열정은 최대한 가라앉히려고 애써왔던 것 같다.
학창 시절, 친구들 앞에서 나의 감정과 생각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었던 무대 위의 자유로움이 좋았는데 어느덧 스태프의 길을 택하면서부터 그런 자유는 점차 잊은 듯하다.
이제 남은 2~30년의 커리어는 어떤 길을 걸으며 또 어떤 모습으로 쌓아가고 싶은지 깊이 고민하게 된다.
남을 위해 머물렀던 무대 뒤의 시간만큼, 앞으로 남은 시간은 나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한 길을 걸어가고 싶다. 그래야 아버지처럼, 남은 시간이 아까워 잠들지 못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