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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보라 Nov 05. 2024

이혼 후 10년 프롤로그

프롤로그. 이혼했다고 말할 용기

정확히 10년 전, 나는 이혼했다. 하지만 지금의 직장에선 나를 여전히 가정이 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이혼 후 고향에서 일자리를 얻게 된 나는 일상에서 들리는 수근거림과 아슬아슬한 시선이 두려워, 이혼 이야기는 감추기로 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감추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고향에서 만난 직장 상사이자 학교 선배가 강력하게 조언해 주었다. “여기서 밥 벌어먹고 살려면, 사람들 입방아에 오를 일은 아예 노출하지 말아야 해” 그의 말이 그렇게 가슴에 박혀, 나는 그동안 평범한 가정과 아이가 있는 커리우먼으로 보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그러나 이제는 비로소 나의 이혼 이야기를 풀어놓을 용기가 생긴 것 같다.

그 용기를 깨운 건, 지난달 세상을 떠난 옛 시어머니였다. 사실, 그녀는 아이들에게는 할머니이자, 전남편에게 홀어머니, 나에겐 결혼의 시작과 끝을 맺게 해준 잊을 수 없는 존재였다.       


올 초, 원인 모를 통증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하신 후로는 쉽게 소식을 물을 수도 없었는데, 지난 추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화가 왔다. “여러모로 부족한 아들보단 네가 낫지 않겠니?”라며 집에 가서 추석 차례상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하셨다.


지난 10년간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주쳤던 그분의 눈빛에는 여전히 집 나간 며느리에 대한 애증이 서려 있었던 것 같다.  이혼한 지 10년이 되었지만, 그녀는 언젠가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었던 걸까? 병상에 누운 채 추석 차례상을 걱정했던 그 통화가 유언이 되어 내 가슴에 짐으로 남아버렸다.       


갑작스런 장례 후에 이제는 그 짐을 내려놓고, 나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다. 비록 그 길이 쉽지 않을지라도, 나의 목소리를 찾고, 잃어버린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나를 재발견하고 싶다. 이혼 후에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지난 10년간의 이야기를 이제 용기 내어 쓸 때가 되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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