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만큼이나 중요한 기쁨
감정을 주제로 글을 쓰려고 보니 몇 가지 애로사항이 있는데, 그중 가장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내가 감정의 종류와 차이점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가령, 행복과 기쁨의 차이는? '그야..' 줄줄 설명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거나 그거나 비슷한 거 아닌가?) 하루에도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단언했는데,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구분조차 어려워하다니. 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 장황하게 글을 쓸 수는 없어서, 나는 새로운 개념을 배우는 학생처럼 '기쁨'과 '행복'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ChatGPT, 신경과학 책, 짧은 구글링 결과를 종합해 봤을 때, 기쁨과 행복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비슷한 것이라고 짐작했으나, 유발하는 원인도, 방출되는 신경물질도 다르다. 가장 흥미로운 차이는 유발 원인이다. 행복은 좋은 음식을 먹거나, 좋은 장소에 가거나,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느낄 수 있다. 기쁨은 감사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 희생, 사랑의 경험 등 '내적 경험'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차이점을 알고 보니 드는 의문. 행복해지고 싶다던가, 행복하게 사는 법이라던가, '행복'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추구하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는데, 왜 기쁨을 추구하는 말은 자주 쓰이지도, 들리지도 않을까? 외부 세계에서의 성취가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살기 때문일까? 그럼 나는 언제 행복하고, 언제 기뻐했을까? 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차오르는 경험을 나열하고, 그것이 행복인지 기쁨인지 구분해 보았다.
<행복과 기쁨을 느꼈던 순간들>
· 존경하는 사람에게 인정을 받았을 때 (회사) - 행복
· 내가 타인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 (회사) - 행복
·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감동을 줄 때 - 기쁨
·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를 즐길 때 - 행복
· 리드미컬한 재즈를 들을 때 - 행복
· 아름답고 조용한 공간에 있을 때 - 행복
·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 행복
· 조용한 공간에서 따뜻한 차를 마실 때 - 행복
·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났을 때 - 기쁨
· 나를 생각해 주는(아껴주는) 말을 들었을 때 - 기쁨
· 친구 / 애인과 유치한 이야기를 나누며 낄낄댈 때 - 기쁨
· 책에서 마음에 울림을 주는 문장을 발견했을 때 - 행복
· 좋아하는 사람의 엉뚱한 행동을 목격할 때 - 기쁨
· 좋아하는 사람을 웃겼을 때 - 기쁨
· 내가 만든 창작물을 다른 사람이 좋아해 줄 때, 공감할 때 -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