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푹 빠진 어느 삼십대의 넋두리
"우리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현대 사회를 살아간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본 듯한 참 익숙하면서도 흔한 문구이다.
태어날 때부터 필연적으로 맺어져 볼꼴 못볼꼴 다 보고 사는 가족과의 관계,
10대의 흑역사를 함께 나눈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옛 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친구인지 그냥 '아는 사람'인지 헷갈리는 대학교, 군대, 직장에서 만난 애매한 관계,
마지막으로 지극히 비즈니스로 얽혀 전화번호부에만 있거나 카톡에만 있는 관계까지.
아니지,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맺게 되는 진짜 어른들의 관계도 있겠구나.
또 내가 겪어보지 못한 무수히 많은 관계들이 이 세상에 존재할 것이다.
인간의 삶은 이런 인간관계들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는 이 관계에서 행복을 얻고 또 그만큼 스트레스도 얻으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시간이 남아돌게 되면서 그동안 여행을 하며 등한시해왔던 SNS 활동을 열심히 하는 중이다. 블로그와 유튜브도 시작했고 지금 이 브런치도 두 번 만에 작가로 합격(?)해서 열심히 글을 써가고 있다. 잠시 내버려 둔 인스타그램도 되살려 업로드도 자주 하고 팔로워를 늘려가고 있다.
참, 앞에서 중요한 걸 빼먹었다. 바로 이 SNS들로 맺어진 관계.
요즘 내가 가장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이 관계 속에서 나는 '이웃님' 혹은 '인친님'이라 불리운다.
밥 먹는 시간 빼고는 항상 컴퓨터 앞에 앉아 유튜브 이웃 채널의 신규 영상을 시청하고 인증이라도 하듯 댓글을 단다. 이 작업이 끝나면 다시 이웃 블로그들을 순회하며 새 글을 읽고 댓글을 단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인스타그램을 켜고 새로운 피드에 좋아요를 누르고 나의 신규 팔로워들을 찾아가 맞팔로우를 누른다. 이 미션들을 수행하고 나면 그들에게 나를 또 방문할 구실을 주어야 하기에 사진과 글을 업로드한다.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건 다행히도 아직까진 재밌다.)
이런 행위들을 반복하다 보면 물론 다른 사람들의 콘텐츠를 통해 많이 배우게 되고 정보도 얻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이 관계의 바탕은 '기브앤테이크'가 깔려있는 살얼음판과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눌러줬으니 너도 눌러줘, 내가 댓글 달았으니 너도 달아줘야지"식의 암묵적인 약속이 이 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상대방의 좋아요를 '테이크'하고 내가 똑같이 '기브'해주지 않는다면 이 관계는 바로 무너져 내리고 만다는 것이다.
"안 하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업으로 삼기 위해 일단은 SNS로 인지도부터 높여야 하기에 이 짓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빼어난 미모도, 뛰어난 입담도 없는 나는 '구독자'나 '팔로워'로 돌아오는 이 '숫자 테이크'를 위해 단순 반복 노동에 가까운 '손가락 기브'를 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적잖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중이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것들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나는 평소에도 모든 인간관계는 '기브앤테이크' 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왔던 사람이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부모 자식간의 관계 조차도 마찬가지라 여겨왔다. 부모님의 자식을 향한 한없는 사랑과 헌신이 나중에는 종종 "저 집 아들내미는 냉장고를 사줬다던데, 저 집 딸내미는 용돈으로 얼마를 줬다던데"식으로 돌아오는 걸 보면 말이다. 내가 주로 포장하는 '개인주의'가 아니라 그냥 싸가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엄밀히 말하면 부모님에 대한 '사랑'보다는 '나에게 주신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효도를 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물론 나는 우리 부모님을 정말 사랑한다.)
연인 혹은 부부와의 관계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런 내가 다시금 이 '기브앤테이크' 관계에 힘들어하는 이유는 가족이나 친구들보다도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인 이 가상의 관계들을 위해 내 온 하루를 다 바치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싶어서이다.
그리고 반대로 철저히 계산적인 이 가상의 세계에서 "상대방들은 나를 '이웃 N번'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텐데"에 대한 상처이기도 하다. 그것도 아니라면 2년이 넘는 세계여행을 마치고 원래 자리로 돌아갔을 때 예전의 내 소중했던 관계들이 나의 소홀해진 '기브'로 인해 그대로이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이기도 할 테고.
"받은 만큼만 돌려주자"
아니, 무슨 '복수'처럼 들리는데? 이 정답 없는 관계들 속에서 내가 내린 결론이다.
그저 내가 받은 '테이크'에 대해서 나도 상대방도 상처 받지 않을 정도의 '기브'만 하겠다는 의미이다.
사실 이 글을 발행할까 말까 정말 많이 고민했다. 이렇게 기승전결 없는 글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아무리 고쳐 써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저 조금 비뚤어진 나의 넋두리에 지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열에 한 명은 공감해주겠지" 기대해본다.
"그래, 인간관계에 무슨 결론이 있어."
그리고 나는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지겨운 고민을 한다.
'기브'를 먼저 할 것이냐, '테이크'를 먼저 할 것이냐.
또 얼마의 '기브'를 하고 얼마의 '테이크'를 기대할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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