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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언니 Aug 22. 2024

오페라 <오텔로> 관람 후기

베르디 말년의 대작 오페라 <오텔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프로덕션이 무대 및 의상, 연출을 그대로 한국에 가져왔다. 현재 예당에서 공연중.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 연출이라는 광고를 읽고 덥석 예매. 영국은 연극이나 뮤지컬 전통이 강하다. 무대미술이 독창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고 세련되어 좋았다. 또한 스텝 중에 ‘움직임 감독’이라는 직책이 있어 신기했는데 그래서일까 아주 파격적이고 다양한 움직임을 이용한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초연 당시 이탈리아 오페라보다 바그너가 만든 독일 음악극이 크게 주목받았었다. 베르디는 바그너에 대적할 만한 작품으로 <오텔로> 대본을 택했다.


베르디가 사회 풍자나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감미롭고 귀에 쏙 들어오는 아리아를 잘 만드는데 비해, 바그너는 오케스트라와 노래를 하나로 융합해 거대한 흐름의 음악극을 만들었다. 주제도 게르만족의 전설이나 역사에 관한 것이 많았다.


베르디는 이 작품을 만들 때 바그너를 의식했는지 음악의 폭을 넓히고 인상적인 아리아보다 노래가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흘러가는 방식을 택했다. 또한 바그너가 복잡한 화성을 사용한 것처럼 베르디도 이전 작품보다 복잡한 화성을 썼다.


그래도 베르디는 베르디. 음악은 바그너보다 감미롭고 듣기 좋다.


오텔로가 불륜을 의심하여 아내를 살해하는 가장 큰 동기는 그가 무어인, 즉 이슬람 국가에서 온 유색인종이기 때문이었다. 1600년대 유럽 사회에서 무어인은 많은 편견 속에 살아야했다. 뛰어난 능력으로 총독이 되었지만 혹시 자신이 무어인이라 아내가 바람을 피는 게 아닌지 불안감에 휩싸인다. 결국 자신의 열등감이 불안을 눈덩이처럼 늘려 사랑하는 아내를 죽이고 만다.


주인공은 늘 흑인이나 백인이 분장을 하고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올리브색’피부의 이탈리안 테너가 불렀다. 사실상 무어인은 흑인보다는 중동 사람들 정도의 피부색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분장이 원작에 더 맞는 것이다. 인종차별과 그에 따른 자괴감, 좌절은 현재진행형이다. 세 시간 가까운 공연은 몰입도 최상이다. 관람하셔도 후회 안 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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