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희곡은 비유와 문학적 표현, 철학적 깊이가 더 해진 문장들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살인하기 전 주인공 맥베스는 ‘별들이여 빛을 잃어라 눈이여 내 손이 하는 일을 보지 말아라’라고 말한다. 배우들은 이 길고 문학적인 대사를 어색하지 않게 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연습했을까. 자칫하면 손발이 오그라들 대사들을 진심을 담아 어색하지 않게 연기한 배우들의 노력이 감동적이었다.
사실 황정민의 연기를 직관하고 싶어 예매한 거였는데, 물론 황정민도 멋졌지만, 맥베스의 아내로 나온 김소진 배우나 황정민의 친구 역을 분한 송일국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현대식으로 무대를 재해석하며 연출의 상상력의 빈약함이 좀 아쉬웠다. 영상통화로 왕에게 승전 소식을 알리고, 전경들이 진압하는 모습은 음… 현대를 너무 단선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 아쉬웠다. 오페라도 무대를 현대로 옮겨 공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정말 잘 하지 않으면 오히려 원작을 살리는 것보다 영 못할 때도 있다.
그리고 레이디 멕베스의 죽음이나 결국 맥베스의 친구 아들이 왕위를 계승하는 것이 스토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별 다른 설명없이 한 장면으로 휙 표현하는 것이 좀 아쉬웠다. 처음 보는 사람은 저 사람이 왜 저러는 거여 하고 이해가 안 될지도.
작년에 본 한태숙 연출의 <맥베스>는 대사는 좀 현대식으로 바꾸고 극의 플롯을 치밀하게 보여줘서 몰입도가 높았다. 물론 너무 한태숙스러운 연출이 나는 약간 식상한 느낌도 있었지만..
여튼 연극 구경은 참 재미지다 ㅋㅋ 나는 극 예술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영화, 뮤지컬, 오페라 다 좋아한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