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는 밀라노의 음악 명문가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태리의 악보 출판, 연주단체, 교육계 전반에 아바도 가문 사람들이 활약했지요.
아바도 집안은 좌파 성향이 강했습니다. 그는 스칼라 극장(이탈리아의 가장 유명한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이 된 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아주 저렴한 티켓을 판매했어요. 또한 볼로냐 교도소의 수감자들과 인근 교회의 성가대원들을 모아 합창단을 조직하기도 했습니다.
성격은 과묵하고 진지한 편이었어요. 혼자 정원을 가꾸거나 독서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는 문학을 사랑했는데 카프카, 도스토예프스키, 괴테, 셰익스피어를 좋아했어요. 좋은 교육을 받아 귀족적인 세련미가 넘치는 사람이었죠.
카라얀이 베를린필을 그만 둔 후 후임자로 아바도가 발탁되었습니다. 그는 모든 면에서 카라얀과 다른 사람이었죠.
카라얀은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독재자였지만 그는 민주적인 소통을 좋아하는 온화한 지휘자였어요. 심지어 단원들에게 자신을 마에스트로(지휘자를 높여 부르는 호칭)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대요.
전통적인 레퍼토리를 주로 연주한 카라얀과 달리 아바도는 쇤베르크, 노노, 슈톡하우젠처럼 생소한 20세기 현대음악도 많이 시도했습니다. 카라얀은 화려한 음색을 선호했지만, 아바도는 금관과 타악기의 소리를 과하지 않게 연주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리고 명확하고 리드미컬한 음악을 좋아했죠.
그의 녹음 중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을 들어볼게요. 흥겹고 신나는 곡입니다.
https://youtu.be/QAMxkietiik?si=VZbmbtsiptc1DAEX
일년에 25개 이상의 음반을 제작한 카라얀과 달리 아바도는 몇 개의 음반만 제작했어요. 그러자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이 예전보다 낮아졌어요. 단원들의 불만이 커졌습니다. 독재자 밑에서 고생하더라도 돈 많이 벌던 시절이 그리웠던 거죠.
그는 종신지휘자였지만 결국 단원들과의 마찰로 베를린필을 2002년 그만 두었어요. 설상가상으로 위암 판정을 받아 투병생활을 하게 되었죠.
그러나 2003년 병이 호전된 이후, 그는 스위스에서 <루체른 음악제>를 창설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음악제였죠. 다시 무대에 선 그가 연주한 음악은 다름 아닌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이었어요. 자신의 부활을 축하하고 싶었나 봅니다. 이 곡은 1시간이 넘습니다. 보통 4악장으로 구성되는데 이 곡은 5악장입니다. 한 악장씩 끊어서 감상해보세요. 아니면 가장 짧은 악장부터 들어보세요.
https://youtu.be/4MPuoOj5TIw?si=GzbOA2_xPI-CgPA3
솔티(1912~1997)는 헝가리에서 태어났습니다. 바르톡, 코다이 같은 헝가리의 대표 음악가들에게 교육을 받았지요. 그는 1969년부터 1991년까지 자그만치 22년동안 시카고 필을 지휘했습니다. 무려 79세까지 시카고필을 지휘한 것이죠. 당시 미국 지휘계에는 헝가리 출신 지휘자가 많았어요. 솔티는 그 중 막내였죠.
솔티는 빠른 템포와 박진감넘치는 리듬을 선호했어요. 그래서 별명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지휘봉”이었습니다. 그는 그래미상을 총 31번 수상했어요. 대중 음악가들도 뛰어넘지 못하는 수상 경력이지요. 2위가 팝스타 퀸시 존스로 총 28번 수상했답니다.
그는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파르지팔> 그리고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가장 좋아했어요. 그런데 20세기 후반부터 성악가들이 곱고 아름다운 목소리만 내는 것을 아쉬워했어요. 바그너 오페라는 묵직하고 깊은 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런 성악가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죠.
그는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죽이는 것에 마음 아파했어요. 과학과 기술이 진보했으나 빈부 격차가 심해 아프리카를 비롯한 후진국은 과학의 발전을 누리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는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의 주제인 정의와 자유가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가치있다고 말했지요.
영화 <반지의 제왕>과 동일한 모티브를 사용한 바그너의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중 ‘발퀴레’를 들어볼게요.
https://youtu.be/QDwCE13nyPo?si=vwS59alQSgp9UO_7
솔티가 리허설을 하는 장면도 볼까요? 바그너의 <탄호이저>서곡입니다. 방송과 광고에도 자주 사용되는 곡이지요.
https://youtu.be/hdG9dTywvUI?si=77TRWKc2eWGa1zgP
연휴 끝나고 또 주말이 이어지니 좋네요. 주말에는 푹 쉬면서 음악 감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