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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도녀쪼미 May 04. 2020

Los Angeles(로스앤젤레스)

Episode 2. 그리피스 천문대

나는 여행할 때 항상 뭘 해야 될지 뭘 먹어야 될지 오픈 시간이 언제인지 클로즈 시간은 언제인지 등 모든 정보를 수집해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세우고 여행하는 여행객이었다. 그러나 이번 LA이 여행은 갑자기 떠나게 된 여행이다 보니 여행기간 동안 뭘 해야 될지 막막했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가서 생각하자 가면 뭔가 생각나겠지”


아무 계획 없이 가서 그냥 부딪히면 뭐라도 되겠지란 생각을 하다가도 계획 없이 돌아다니다 정말 별만 보고 돌아오기에는 8시간이나 날아 멀리까지 간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도 이왕 멀리까지 왔으니 뭐라도 구경하고 가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 문뜩 2016년에 개봉한 라라랜드가 떠올랐다. 맘마미아 이후 뮤지컬 영화에 빠져 뮤지컬 영화가 상영하면 매번 챙겨보곤 했는데 그걸 알고 있던 친구가 라라랜드를 추천해 준 적이 있었다. 영화 개봉 당시에는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지금은 알 수도 없지만 바로 보지 못했다가 한참이 지난 후 챙겨봤던 그 영화 ‘라라랜드’의 촬영지가 LA이었다는 게 생각났다. 별다른 계획이 없었던 나에게 영화 촬영지 성지순례는 나의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때까지 챙겨보았던 영화, 드라마, 예능을 모두 떠올리며, 이중 가고 싶었던 곳이 있었지 일정에 맞게 갈 수 있는지 생각한 후 나의 LA 여행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세워진 계획 중 LA에 도착해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라라랜드 촬영지로 더 유명해진 야경이 아름다운 그리피스 천문대였다.


몇 십분 차를 타고 도착한 그리피스 천문대는 너무 멋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하늘을 보는 걸 좋아해 구름, 달, 별을 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리피스 천문대를 보니 그때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리피스 천문대를 배경으로 물든 핑크빛 노을이 추억을 되살아나게 하는데 큰 힘이 되었던 거 같다. 매일같이 하늘을 보고 살아도 풋풋했던, 고등학교 시절의 꿈을 생각하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 아무래도 현실은 현실이기 때문이겠지. 나는 이러한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옛 추억을, 현재에 나를, 앞으로의 미래를 떠오르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있다.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만난 아름다운 핑크빗 노을을 통해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떠올렸던 거처럼.

  


내가 갑자기 LA행 비행기표를 예약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뉴욕의 빡빡한 삶,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매일 같은 일상, 그 속에서 만난 남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 싫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나는 뉴욕 생활이 힘들었고 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뉴욕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걸 버리고 시작한 생활인데도 말이다. 나는 나의 인생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앞으로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등 수많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밤은 깊어지고 LA의 불빛이 하나둘씩  밝아져 왔다.

 

“도시의 수놓은 별, 너희들이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구나”

 

난 분명, 뉴욕 생활이 힘들어 도망치다시피 온 여행이었는데 그리피스 천문대의 야경을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힘들었던 나의 뉴욕의 생활이 다시 좋아졌다. 내가 힘든 날이 오면 언제나 어디서나 멋진 도시의 별이 나를 위로해줄 테니까. 이런 사소한 이유로 힘들었던 삶이 다시 좋아질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이 정말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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