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것을 알아차리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MTS를 켰다. 나스닥 100 지수를 확인한 후 정신이 멍해졌다.
이번 손실로 살고 있는 집까지 위험해질 상황이 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많은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가지고 있던 모든 포지션을 정리했다.
한동안 정신이 멍했고, 머리카락이 바짝 서는 기분이 들었다.
방으로 가서 자고 있는 와이프와 두 살배기 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됐을까?
미국주식을 시작했을 때일까?
원자재 ETF를 시작했을 때일까?
해외 선물을 시작했을 때일까?
잃은 돈을 내가 썼다면 벤츠, BMW, 테슬라와 같은 외제차를 사고도 남았을 텐데,
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었을 뿐인 건데,
오만가지 생각이 들다가 갑자기 어느 때보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오랜 투기 생활 끝에 나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난 빚이라는 늪 속에서 나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고, 뒤늦게 지금 늪 속인 것을 깨달았다.
돈을 잃기 시작하고 6년이 흐른 지금,
내가 벼랑 끝에 몰린 것도 모자라, 벼랑 끝 아래에 매달려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퇴직금을 깨고, 생명보험, 주택청약통장도 해지하고, 자동차도 팔아가며 투기를 했다. 이제는 더 이상 팔 것도 남아 있지 않다.
합계 보유한 자산을 잃은 것이 7천이고, 갚아야 할 대출은 8천이다. 총 1억 5천의 손실을 봤다.
마지막 손절을 한 다음날 6년간 사용한 주식계좌를 해지했다.
그동안 증권으로 잃은 돈은 증권으로 만회해야 내 실패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같은 계좌로 수익을 봐서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대학생 때 성적 C 받은 과목은 재이수해서 A로 만들어 버린 완벽주의적인 내 성격이 나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지금은 깨달았다. 난 증권 투자에 실패했다. 실패를 인정했다.
실패를 인정하기까지, 내가 진 것을 인정하기까지 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전쟁에서 진 국가가 승전국에 배상금을 물어주듯이
앞으로 난 증권이 아닌 노동으로 빚을 갚아나가고 대출을 0으로 만들 것이다.
대출을 갚아나가는 과정을 글로 남겨 빚이 있는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싶고,
아직 실패,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투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나은 삶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알리고 싶다.
[잃은 자산] 7,300만 원
퇴직금 5,000만 원, 생명보험 1,500만 원, 자동차 650만 원, 주택청약 150만 원
[나의 대출] 7,300만 원
케이뱅크 4,500만 원, 국민은행 1,800만 원, 현대카드 1,000만 원
[신용등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