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배아와 마주하다
난자가 정자와 잘 만났을까? 배아가 잘 되었을까? 배아 이식 날이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병원에 갔다. 남편도 연가를 내고 같이 와 주었다. 난자 채취 시간을 기다리며 병원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역시,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 주변 환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자 사진 촬영을 원하면 간호사분께 부탁하라고 하셨다. 핸드폰 배터리가 많지 않아 급하게 가져온 충전기로 핸드폰을 충전했다.
드디어, 내 순서가 되었다. 충전하던 핸드폰을 얼른 뽑고 간호사분께 촬영을 부탁드렸다. 이식하는 곳에 갔더니, 원장님께서 네 개 중 두 개가 수정되어 배아가 되었다고 하셨다. 냉동은 나오지 않았지만, 두 개의 배아가 나와서 얼마나 감사한지. 게다가 배아가 최상급, 상급 배아라고 하셔서 너무 기뻤다.
배아 이식 전에 배아 사진을 봤는데, 동글동글, 반짝반짝 너무 예뻤다. 생명은 참으로 신비롭고, 이런 배아가 나에게 와 줘서 너무 고마웠다. 배아도 이렇게 경이로운데, 아기를 안는 엄마의 심정은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고마워, 배아야. 이렇게 잘 찾아와 줘서. 배아를 볼 수 있는 것은 시험관 시술을 하는 여성들의 특권이다. 뭐, 특권이랄 것도 없지만.
배아 이식은 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원장님께서 착상이 잘 되라고 배아 글루 처리도 해 주셨다. 지난번에 배아 이식도 못 해본 내겐, 기적과 같은, 선물과 같은 배아이다. 배아가 잘 착상되길, 쑥쑥 잘 주길 바라본다. 두 배아가 다 잘 착상되면 나 쌍둥이 엄마 되는 거네!!!
프로게스테론 배 주사를 맞았는데, 맞고 나서 많이 얼얼했다. 하루 종일 배 근육이 아팠다. 배 주사 중에서 제일 아팠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주사를 3일마다 맞아야 한다. 아기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뭐! 프로게스테론 수치를 잘 유지해서 자궁벽이 튼튼해지면 감사할 따름이다.
오후 2시까지 누워있으라고 했다. 배아 이식 후 30분 정도 지나서 화장실 다녀와도 된다고 했는데, 난 최대한 더 누워있다가 2시가 가까워져서 화장실에 갔다. 병원에서 준 간식을 맛있게 먹고, 남편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배아들에게 영양이 가길 바라며. 한우를 먹으며 몸보신을 했다. 쌍둥이 엄마, 기대된다(그러나 시험관 2차 시술은 착상이 되지 않아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