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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Dec 23. 2022

날 꼭 닮은 손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속 아이

어린 시절, 겨울이면 손이 잘 부르텄다. 손이 건조해 쩍 갈라지고 피가 나곤 했다. 목욕탕에 가면 손등의 각질이 더러워 보여 때타월로 빡빡 밀었다. 그러나 다시 밖에 나오면 건조해 손이 부르텄다. 실은 영양공급이 필요한 것이었는데…


내 손은 마디가 굵고 손마디에 주름이 깊게 파여있다. 마치 노동자의 손 같다. 몇 년 전, 가르치던 학생이 내 손을 보고는, “선생님, 손이 왜 이렇게 늙었어요? “라고 했다. 투박한 내 손이 때로는 부끄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손에 자부심이 있다. 예쁘지는 않을지 몰라도, 피아노도 잘 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솜씨가 좋았다. 악력도 좋아 꽉 닫힌 뚜껑도 곧잘 열곤 했다. 그렇게 솜씨 좋은 손이지만, 투박한 외모로 사람들이 진가를 못 알아보는 듯하다.


연애할 때였다. 지금 남편이 된, 그 당시 남자친구는 내 손을 잡고는, 손을 다시 놓았었다. 손이 거칠어서. 남편은 화장품가게에 가서 핸드크림이랑 손팩을 사 주었다. 그렇게 잠시 관리를 했지만, 다시 일상에 쫓겨 손을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한다.


사실 재주도 많고, 여러 일도 잘하는 중요한 손인데, 내가 소중하게 돌보지 못하고, 때로는 방치할 때가 많다. 지금 손은 거칠게 부르텄고, 둘째 손가락 아래 손등에서는 갈라진 틈 사이로 피가 나서 따갑다.


아파서 눈길이 손에 가다 보니, 왠지 안쓰럽다. 그런데 안쓰러운 것이 손인지, 나 자신인지 모르겠다. 열심히 일하여도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해 내 몸도, 마음도 내 손처럼 쩍쩍 갈라지고 피가 난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어른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왜 이리 사는 게 서러운지? 왜 이리 외로운지? 왜 이리 힘든지. 아무리 노력해도, 날 알아주는 이는 없는 것 같고, 사랑받지 못하는 것만 깉다. 내가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해줘야 함에도, 나는 내 손처럼 내 자신을 방치하곤 한다. 그리고 여러 일들을 시킨다. 더 열심히

하라며 다그치면서.


오늘은 다시 손을 따뜻한 물에 씻고, 핸드크림도 발라주고 아껴줘야겠다.


힘든데도, 잘 참고… 내 옆에 있어 주어 고마워. 많은 일들을 잘해주어 너무나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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