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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Apr 20. 2024

시간을 달리는 중년

직장생활의 고달픔

새해를 시작하며 '이것도 해야지!', '저것도 해야지!'라며 야심 차게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학교를 옮기고, 여러 업무를 맡고 적응해 가면서 계획은 무산되는 듯이 느껴졌다. 내가 맡은 일이 전임자의 업무에 비해 훨씬 무겁게 느껴졌고, 일이 내게 오는 과정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학교를 옮기면 원래 그렇지'라며 내 자신을 설득해 보지만, 내 마음은 좀처럼 움직이질 않는다. 게다가 이런 내 마음을 들킬까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은연중에 내 마음의 불편함이 가시처럼 뾰족 튀어나오곤 한다.


유학을 가겠다며, 작년 여름에 학원을 등록해서 서울에서 지내며 공부를 했다. 겨울에도 인강을 들으며 공부를 했지만,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뜬구름 잡듯이 유학의 꿈이 멀어져 가는 것만 같다. 그래서 더 속상했다. 직장에서 정신없이 일을 하다 집에 오면 밥 먹는 것도 잊고 피곤에 지쳐 잠이 들었다 일어난다. 그러면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벌써 잘 시간이다. 이렇게 개인 시간 없이 하루가 다람쥐 챗바퀴 돌듯 굴러간다.


바쁘고 고된 일상 가운데, '임신'도, '유학'도 먼 꿈만 같다. 내 자신을 돌보는 것도 버겁다. 머리 감는 시간도 아까워 머리를 싹둑 잘랐다. 매캐한 미세먼지에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매일 '해야 하는 일'을 붙들고 씨름한다. '유학을 가는 것은 도박(gambling)이야. 그래도 꼭 해 보고 싶으면 하게. 그러나 결과는 보장할 수 없다네.'는 한 교수님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그래, 내게 유학은 사치야.'라며 매일의 일상에 골몰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 어릴 적부터 간절히 바라왔던 꿈이 좌절되듯, 슬픔이 일렁인다.


'아, 고되다.'


바쁘고 고된 일상, 늘 '하고 싶은 일'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해야 하는 일'을 하느라 아등바등한다. 내가 이 땅에 태어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해도 될까? 할 수 있을까? 난 어디를 향해 뛰어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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