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원음인 초기불교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해 준 책이 바로 각묵스님의 《금강경 역해》이다. 공인노무사 2차 시험공부를 한참 하던 2004년 상반기 중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뛰었었다.
그 시기, 초기불전연구원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당시에도 각묵스님과 대림스님께서는 초기불전연구원을 어렵게 꾸려 가시면서도 꿋꿋하게, 유장하게 4부 니까야(부처님 말씀을 모아놓은 초기불교 경전) 완역을 향해 가고 계셨다. 우리나라 불교사에서 한 획을 그을 만한 일이었던 4부 니까야의 완역은 그로부터 8년 후인 2012년에 이루어졌다. 코엑스에서 완역 기념 법회를 했던 날, 감사의 마음으로 그 현장에 갔었던 기억이 난다.
불보사찰 통도사 금강계단
대한불교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경전인데, 초기불전을 번역하고계신 각묵스님께서 20년 전에 이 책을 출간하신 이유는 무엇일까? 스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계신다.
첫째, 금강경 해설서들이 많지만, 구마라집 번역본을 저본으로 하여 번역과 해설을 하고 있어 금강경의 귀중한 말씀이 구마라집의 안목에 갇혀서 불자들에게 전달되고 있기에 이제는 산스크리트 원어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비록 천재 중의 천재지만) 그분의 안목에만 의지하지 말고 금강경의 소중한 말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
둘째, 금강경은 대승불교 경전군들 가운데서 가장 초기불교적인 향기가 많이 풍기는 경이고, 금강경이야말로 초기불교의 입장, 즉 붓다의 근본 메시지를 잘 간직하고 있다는 점,
셋째, 금강경은 중국 역경사를 대표할 수 있는 여섯 분에 의해 번역되었는데, 산스크리트 원전이 어떻게 그분들에게 이해되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우리가 금강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 된다고 본다는 점 등.
갑사 사천왕문 앞
금강경의 핵심이 산냐(상)를 극복하라는 것이라고 일갈하는 각묵스님!
금강경은 공(空), 즉 무아(無我)를 설하고 있는데, 무아를 삶에서 구현하는 길은 결국 모든 산냐(상)를 극복하는 것이리라.
-> 이 글은 2020년 9월 25일에 출간된 <여성 직장인으로 살아 내기>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