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랑이아저씨 Oct 09. 2024

당신이 주제인 이유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여행기가 가장 인기있는 글의 형태중 하나였던 것 같다. 

패키지여행에서 벗어나, 자유여행으로 추세가 변하던 때다 보니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다니며 본인의 경험과 감정을 얘기하는 사람들을 아마 동경했는지도 모른다. 


시대가 변해서 이제는 모두가 제각각의 여행경험을 가진다. 

꼭 가야만 하는 곳도 없다. 사람들은 오히려 남들이 느끼지 못한 것을 느끼고,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며 자신만의 여행테마를 만든다. 그게 오히려 '먹히는', '알아주는' 경험이 된다.


그런데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보려면 개인의 취향과 이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게 참 어렵다. 취향을 개발하려면 같은 주제라도 다른 방향과 속도로 경험해보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돈과 시간, 무엇보다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나는 그게 참 어렵다. 

세심하지 않다보니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지 못해서 그렇고 

특정 취향에 돈, 시간,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사실 취향이랄 게 없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내가 제일 잘 알고, 관심있고, 사랑하고,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 '당신'을 글의 주제로 택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공감을 받기는 어려울 거다. 

남들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순전히 나를 향해서만 열려있고 바깥쪽으로는 닫힌 경험이니까.


하지만 또 역으로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한명은 있을 수 있으니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애틋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오늘은 또 당신과 어디로 가게될지, 어떤 표정을 보게 될지, 어떤 말들을 나누게 될지

기다리고, 기대해본다. 


2024년 10월

작가의 이전글 소길리 그리고 제부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