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생각 2
아주 오래전부터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들을 좋아했다. 중학교 즈음이었던 듯하다. 처음 메리크리스마 미스터로런스를 듣고, 충격에 빠져 Rain, Last emperor 등의 곡들을 찾아들었다.
그러다 성인이 되고나서, 피아노 수업을 받게 되었다. 22년도 쯤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가 누구냐 물으면, 류이치 사카모토라고 답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했으니 피아노 수업의 방향도 그 쪽으로 잡혔다.
아주 기초적인 부분도 안되어 있었지만(악보읽기 라든지..) 일단 energy flow 라는 곡을 다 쳐보는 걸로 결정했다. 한참을 배우고 연습하는 와중에 그의 부고가 들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의 곡을 30년 평생만에 드디어 칠 수 있게 되었는데, 더 이상 이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니.
그후로 한번씩 늦은 밤 또는 새벽에, 회사 강당의 낡은 영창피아노로 이제는 전부 다 칠 수 있게 된 energy flow를 쳐보는데 직접적으로 아는사람이 아님에도 알 수 없는 쓸쓸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책은 진작에 나온 걸 알고 있었다. 그냥 조금 피하고 싶었던건지, 보면 뭐하나 싶은 생각에 집어보지 않았다.
기회가 닿아서 읽게 됐다. 나는 그를 그의 곡으로 밖에 만난적이 없다. 글로 보는 그의 모습은 곡에서 느껴지는 그의 모습보다도 더 멋진 사람이었다. 진실된 고민이 느껴지는 사람.
요새는 서점을 돌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집으면 사실 껍데기만 화려한 경우가 많다. 내가 집중력이 흐려져, 텍스트를 잘 읽기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나, 책이 알멩이가 없는 것이었다. 진실된 고민을 담은 이야기를 읽게 된다면, 자연히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런 책이다.
인상깊은 구절만 남겨둔다.
시간이 없으면 음악도 없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던가, 플레이리스트에 시간이 흐르는 걸보고 있지만, 음악이 재생되고 있다고 생각했지 시간이 흐른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다.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을텐데, 절대적으로 고정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스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생각 떄문이었을까. 시간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어찌됐든 시간은 앞에서 뒤로 현재에서 미래로 흐른다. 지나간다. 어쩔 수 없다.
계속 움직이게 두고, 변화를 추적하면서 거기서 발생하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데, 어느 순간 무엇이 완성되었다고 하는 순간 완성된 시점의 것만 완성이고 나머지 시간의 것들은 모두 미완성이 되어버린다. 감가상각이 발생한다고 해야하나.. 그런 모먼트가 있다.
본인딴에는 하나의 곡으로 기억되는 게 싫어서, 한참을 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남들이 나를 어떠한 모습으로 기억해주는 것, 그것이 심지어 위대하거나 아름다운 것이라면, 그것대로 복받는 것이 아닐까
안락사 논의는 이제 얼마안가 우리나라에도 상륙할 것 같다. 점점 노년 부양비와 인구는 늘어날텐데, 이를 전적으로 부담하기에는 이 나라가 버텨내지 못할테니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생각보다 잔인해서, 경제적으로 이득이 없다는 판단이 서면, 누구보다 전향적으로 안락사를 추진할 수 있다 생각한다.
외국어를 배우는 이유, 세상을 보는 틀이 달라진다. 한국어로 얘기할 때는 쭈뼛쭈뼛 소심했던 사람이 영어로 얘기할 때는 자심감에 가득차기하도 한다. 일본어로 직접 봐야 느껴지는 소설의 감정, 한국소설이어도 한국어와 영어로 읽을 때 다르게 느껴지는 잔혹함 등. 나는 같은 내용을 다른 언어로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외국어를 계속 배우고 싶다.
보통 우리가 듣는 음악에는 틀이 있다. 전주-전개-절정-결말, 소설과 같다. 여기서 벗어나면 거슬린다. 그 형식 내에서 최선을 다해봤자 얼마나 다향한 무엇인가가 나오겠는가. 시간을 늘리고 줄이고, 변주를 넣고 안넣고, 무한대의 변화가능성을 딱 제한시켜야만 기대 범위 내에서 예상 범위내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일지도
음.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본인도 알고 있다. 하지만 거부할 수는 없다. 미래가 없는 본인들은 상관없다고 얘기하지만, 미래 밖에 없는 아이들은 안된다니.
최근에 훗카이도를 다녀왔다. 원시 대자연이 끝도 없이 펼쳐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풍부한 해양생물, 끝도 없이 깊은 숲, 원시림, 이렇게 넓은 땅이 있나 싶다가도, 하늘에서 바라본 무한한 경작지를 보면 왜 개발하려 했는지 알것 같기도 하고, 개발을 해서 아쉽기도 한 그러한 땅이었다
일류는 하나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정치와 경제로부터 자유로운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 최근에 어떤 유튜브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현대의 모든 제도와 사상은 '절대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것이다(신, 사랑, 도덕 등).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런 것들을 믿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폄하한다. 근데 이 사회의 제도의 근간은 그러한 가치들이다보니 괴리감을 느끼는 것이다. 괴리감을 느낄수록, 돈에 집착한다. 현실적인 것에 집착한다'
뭐 이런 위주의 얘기였는데,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는 있으면 좋을까..?
사회의 시선과 관계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행동을 하는 것.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이라면 언제든 권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주 쉽게 잘 읽혀서 좋았던 책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마지막 글이라 하니, 씁쓸한 부분도, 슬픈 부분도 종종있었다.
앞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곡이 나올 수 없으니, 이전의 곡들을 하나씩 더 소중히 들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