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을 사랑하는 사서교사 모임
2024년도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9월이 되었다. 낭사모(낭독을 사랑하는 사서교사 모임)도 어느덧 13번째 모임이다. 오늘은 학교에서 새로운 교장선생님의 취임식으로 아침부터 현수막 달고, 행사 준비하고 오전에 수업 2시간 하고 나니 에너지가 정말 방전된 상태였다. 취임식 이후에 회식까지 해서 몸은 더 천근만근이지만 의도치 않게 모임장을 맡고 있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줌을 켜고 책상 앞에 앉았다.
세 번째로 함께 읽고 있는 책 '낭독을 시작합니다.'(문선희 외 글, 페이퍼타이거 펴냄) 72페이지부터 시작해서 한 사람당 두 페이지씩 릴레이로 낭독해 보았다. 오늘 함께 읽었던 부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정남 성우님의 [몰입을 부르는 낭독] 챕터 중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몰입하는 낭독이라는 부분이었다.
"작가가 글을 대하는 무게감, 문장의 온도에 나도 모르게 끌려 들어갈 때 비로소 낭독을 시작하죠. 그렇게 푹 빠져서 책을 낭독하는 동안은 작가의 마음이 됩니다." 낭독자가 느끼는 몰입감은 듣는 이에게도 집중력을 선사한다고 한다. 듣는 이가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더욱 선명하고 정확한 상상이 마치 현실처럼 그려지기 때문이다.
좋은 낭독을 듣다 몰입에 이르면 어느새 감독이 되어 배경을 그리고, 주인공과 악역을 설정하게 된다. 상상령의 범위는 점점 넓고 또렷해져서 어느덧 내적 심상에 매우 집중하게 된다고 한다. 낭독을 매개로 듣는 이도 말하는 이도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일은 참 멋진 일 같다.
그리고 소중한 기억을 오래 간직하는 방법이라는 소제목으로 정남 성우님이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과 함께 한 기록 중의 일부를 소개해놓은 챕터도 내 마음에 와닿았다.
하루의 일상을 글로 적는 것보다 목소리 일기로 '남기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껴보라는 것이었다. 남길만한 것들을 하나씩 툭 툭 꺼내서 목소리에 싣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의 마음도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인생과의 긴밀한 관계를 쌓아나가고 싶다면 목소리 일기를 추천하다고 했다.
새벽형 인간인 나는 새벽에 어제의 일기를 적는 편이다. 어제 있었던 일들이나 당시 나의 감정들에 대해 주로 적는 편인데 목소리 일기로 남기는 것도 색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9월부터는 목소리 일기로 핸드폰에 녹음 기능을 활용해서 기록해 봐야겠다.
낭사모 모임을 시작한 지도 햇수로 2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낭독 연수를 듣고, 자발적 모임으로 올해부터 함께 책을 낭독하고 있는 사서 선생님들과 앞으로도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낭독을 매개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공동체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