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서울문학축제
10월 25일부터 26까지 제16회 서울문학축제 '문학 붐은 온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문학의 도시 서울의 문학적 위상을 알리고 그 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한국여성문예원이 주관하고 서울시가 후원한 행사가 열렸다. 그중 10월 26일 토요일 오전 11시 30분에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1회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근대문학 낭독대회 본선에 출전하게 되었다.
주최 측에서 대회 1시간 전에 청계광장으로 집결해 달라고 해서 아침부터 서둘러 광화문 청계광장으로 나섰다. 완연한 가을 화창한 날씨도 좋았고, 크게 기대하지 않고 낭독대회에 도전해 보았는데 본선까지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기뻤다.
행사 장소에 도착하니 나를 포함해 총 19명의 참가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고등학생 1명을 포함해 연령도 다양한 참가자들이 출연자 대기실에 모여있었다. 낭독대회가 야외무대에서 진행되어서 리허설로 동선과 마이크 음향상태 그리고 마이크 높이 등을 한 명씩 체크해 보고 대회 시작이 다가올수록 긴장되기 시작했다.
근대문학 중 시, 소설, 수필 등 장르를 불문하고 2분 내외의 분량으로 낭독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작년 낭독수업에서 접했던 '권태'를 선택했고, 권태 작품 중 주인공이 개울가에서 단조로운 일상의 연속에서 느끼는 권태를 표현한 부분을 골랐다. 19명의 참가자 중 나의 순서는 11번째였다. 내 순서 앞, 뒤의 참가자 분들이 워낙 고수느낌이 나는 분들이라서 더 긴장되었다.
그래도 최대한 천천히 낭독해 보자라는 생각과 텍스트에 집중해서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하며 낭독하자고를 되새기며 무대에 올랐다. 처음으로 야외무대에서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낭독을 하려니 갑자기 더 떨리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손에 들고 낭독하며 떨리는 게 전달될 것 같아서 마이크를 손에 잡지 않았더니 내 입과 마이크 사이의 거리가 생겨서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럼에도 내게 주어진 2분의 시간을 연습한 대로 최대한 몰입해서 낭독했다.
다행히 발음을 실수한 곳은 없었고, 아쉬웠던 점은 청중들을 바라보면서 조금 더 자신감 있게 낭독해 볼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서 2분이라는 시간이었지만 손이 떨리면서 긴장됐던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근대문학 작품으로 낭독한 참여자들의 순서가 끝나고 한 시간가량의 축하무대를 하는 동안 3분의 심사위원(시낭송가, 성우, 작가)님들이 현장심사를 통해 대상 1명, 최우수 1명, 우수 2명, 장려 4명, 특별 2명을 선정한다고 했다.
장려상만 받아도 너무 좋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면서 심사결과를 기다렸다. 결과는 우수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내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너무 기뻐서 "와~~~"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대회를 직접 보러 와준 선배언니와 낭사모(낭독을 사랑하는 사서교사모임) 선생님 덕분에 함께 축하도 받고, 기념촬영도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우수상 상금으로 10만 원을 추후 계좌로 입금해 주신다고 하셨다.
낭독대회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대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낭사모 선생님들에게 수상 소식을 단톡방에 전하니 모두 하나같이 축하해 주셨다.
10월의 마지막 주말, 평생 잊지 못할 추억과 따뜻한 가을 햇살 같은 선물을 받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