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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Feb 17. 2024

성교육 두 번째 시간

내가 운영하는 책방은 김포에 있다. 김포 구래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조금은 빙 돌아서 아주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최고그림책방이 있다. 그래서 처음 오는 사람들은 조금 찾기가 어렵다. 마치 숨바꼭질하는 기분이랄까? 바닷속 숨은 보물, 진주알을 발견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제는 오랜만에 우리 책방에 모녀가 함께 방문했다. 지난달, 성교육수업을 듣고 이번에 두 번째 방문이다. 조금은 익숙한 듯, 추운 날씨에 몸을 감싸며 책방에 들어왔다. 성교육을 듣기 위해 제법 먼 곳에서 오는 분들도 많다. 같은 김포지만 4~5 정거장이 걸리는 거리에서 '성교육'을 듣기 위해 나의 책방에 방문해 준다.

다음 달이면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는 나의 첫째 아이와 동갑이다. 아이를 육아하면서 경험하는 것들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요맘때 겪게 되는 과정들을 (나의 아이들과 견주어보면서) 알게 된다. 최근 첫째 아이와 함께 교복을 맞추러 매장에 다녀왔던 기억이 났다. 복작복작한 매장 안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도 만나고 인사를 나누었다. 방학 내 집이나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었을 아이들을 이곳에 오니 정말 많이 만나게 된다. 전문가의 손길에 이끌려 옷의 치수를 재어보고, 갈색무늬의 교복을 입어본다. 어깨를 쭉 피라는 점원의 말에 아이는 움츠렀던 어깨를 피는 척한다. 나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도 문득 생각난다.

나도 저랬었는데. 엄마의 마음이 이랬을까? 엄마생각이 난다. 부쩍부쩍 성장하는 시기라, 교복값도 만만치 않다. 나의 고등학교 입학시기에는 나의 체구에 비해 꽤나 큰 교복을 맞춘 기억이 난다. 치마를 돌돌 말아 접어 올려서 입고 다녔더랬지. 교복을 두 번 살수는 없기에 (비용절감을 위해) 입학 당시 꽤나 큰 교복을 맞추었었다.


지금의 아이의 체구에 꽤나 잘 맞는 교복을 바라본다. 체육복도 맞추었다. 조금은 큰듯한 느낌이었지만, 활동하면서 조금 여유 있는 게 좋다는 점원의 말에 약간은 미심쩍어하며 옷을 집어 들었다. 일렬종대로 줄을 서서 마침내 교복계산을 끝내고 나왔다. 나오는 길에 길가에 침을 카악~~ 퉤! 하고 뱉은 어느 아주머니의 행동에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딸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것도 나의 차의 최근방에 침을 발사하다니!


성교육 첫 번째 시간에 나의 아이와 동갑인 예진(가명)이에게 교복을 맞추었냐고 물어보았다. 예진이는 역시나 교복을 맞추었다고 했다. 약간은 쑥스러운 듯, 그리고 귀여운 말투로 예진이는 대답을 했다. 첫 번째 성교육 시간에는 주로 기존에 학교에서 배우거나 알고 있는 정보를 확인한다. 나의 몸에서 소중한 부위가 어디인지,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그림책을 통해 살펴본다. 나와 너 사이에 불쾌한 감정이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부모와 자녀사이에 필요한 건강한 경계, 존중, 동의에 관해서도 함께 알려주었다.


두 번째 성교육 시간에는 조금 더 상세하게 피드백을 한다. 사실 첫 번째 시간에 여자친구들에게는 손거울을 이용해 자신의 소중한 부위인 음순을 관찰하는 과제를 내주는데, 부모도 함께 해보면 좋다. 거울로 얼굴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소에는 보기 힘든 나의 성기를 (음순, 음경) 관찰하는 경험은 새롭기도 하고 필요한 부분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평소 나의 몸상태를 객관적이고 자연스럽게 알고 있으면 질에서 분비물이 나온다던지, 평소와 다른 몸의 상태변화에 대해 조금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감기에 걸리면 소아과나 내과에 가듯이 음순 부위에서 평소와는 다른 증상이 생긴다던지, 생리통이 너무 심하거나 질에서 분비물색깔이 변하는 경우에는 산부인과에 가는 것이 좋다. 남자선생님이 불편하면 여자선생님이 진료하는 곳에 가는 것을 권장한다.


아이들마다 성장하는 시기도 다르고, 변성기가 오는 시기도 조금씩은 다르다. 초경하거나 사정하는 시기도 다르다. 어떤 친구는 4~5학년에 초경하는 데, 나는 왜 이렇게 성장이 느리지? 걱정하는 친구도 있다. 초경을 시작하면 1~2년 동안은 생리주기가 불규칙하다는 사실도 전한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지만, 평소 언제 생리(월경)를 시작할지 모르기에 라이너나 생리대를 챙길 수 있도록 설명해 준다.

생리통이 심한 경우도 있고, 조금 덜한 경우도 있다. 나는 생리통이 너무 심하고 아팠다. 정말 데굴데굴 구를 정도였는데,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는 생리통이 많이 없어졌다. 자궁이 한번 크게 늘어나면 (아이가 뱃속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자궁이 수축할 때 느껴지는 생리통도 줄어들게 되는 원리다. 사실 생리통도 가슴의 크기도 유전의 영향이 크다. 나의 엄마가 그랬고 나의 딸에게도 유전의 영향은 작용한다.


가슴이 작아서 고민이라는 친구들의 말에 나도 그랬다고 고백한다. 아이들마다 각자의 고민이 다 다르다. 어느 친구는 음경의 크기가 작은 것 같아서 고민이라는 친구도 있다. 성장기의 친구들은 발기했을 때 5센티만 되어도 정상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음란물이나 포르노에서 비추어지는 장면들 때문에 오해하고, '나는 왜 이렇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학교에서 반친구들을 만난다. 나와 마음이 맞는 친구도 있지만, 맞지 않는 친구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친구가 틀린 건 아니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누군가를 헐뜯는다거나, 기분 나쁜 말이나 행동을 할 때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혹은 바라보는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져본다.


실제로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말한다. 내가 학창 시절 경험했던 것들을 지금의 아이들도 느끼고 경험해 나간다. 어떤 친구를 따돌리는 걸 본 적이 있고 내가 싫어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고 '야동'에 대해서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그럴 때 너의 기분은 어떤지, 그런 상황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은 어떤 식으로 해결해 갔는지 학교일상을 아이들을 통해 전해 듣는다.


사실 성교육이란 '아이들의 2차 성징'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다. 아이들의 성장과정, 몸의 변화를 포함해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할 때 동의, 존중, 경계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알게 되는 시간이다. 그래서 어린 유아들부터 성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해준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고, 오줌 눌 때도 앉아서 누거나 서서 누는 것이 다르다는 것, 아이와 스킨십을 할 때도 '안아도 돼? 뽀뽀해도 돼?' 아이에게 물어봐주는 것, 아이가 동의할 때 스킨십을 하는 것 등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성교육이다.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싫으면) 만지지 않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다. 성기뿐만 아니라, 가슴 엉덩이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아이들이 만지면 기분이 좋은 자위에 관해서도 알려준다. 내 몸을 사랑하고 관심이 있어야 자위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부모들에게도 알려준다. 음순이라는 명칭처럼, 여자의 몸에는 음핵이라는 아주 소중하고 만지면 기분이 좋은 부위가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어린아이들이 '유아자위'를 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과 다만 원칙과 매너를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반복반복 반복적으로 알려준다. 한번 말해서 안 되면 두 번 세 번 계속 반복하면서 '내 몸을 사랑하고 내 몸을 소중히 대할 때 지켜야 하는 원칙'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모든 것들이 가정에서 가능하다. 엄마아빠 할머니할아버지가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다. 그림책을 활용하면 더없이 재미있고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성교육>에서 다루어주는 그림책을 읽어보면 된다.


어제 예진이와 지난 시간에 내준 과제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물조물 클레이로 자신의 몸을 표현하고 알아가는 진중한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함께 용어를 다시 한번 말해보고, 남자의 발기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었다. 여자와 남자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서로의 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워갈 때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이 싹튼다. <가슴이 궁금한 너에게> 책을 전하면서 예진이의 건강하고 밝은 성장을 응원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고 성교육이 가능하다. 가장 기본은 가정이다. 나의 자녀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엄마아빠다. 그래서 부모가 성교육을 하면 된다. 그림책으로 쉽게 재미있게 말이다. 우리는 성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서투르고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이제라도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성교육을 함께 배우고 알아가면 된다.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사람은 선생님도, 강사도, 친구도 아닌 바로 당신이니까.



다음 주 2월 20일에는 일산킨텍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합니다.

아직 신청하지 못한 분들도 신청이 가능합니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홈페이지에서 '킨텍스점'으로 성교육을 검색하면 강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직 자리 여유가 있으니, 빠른 신청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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