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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Feb 23. 2024

독서모임을 통해 사람을 읽는다

독서모임이 시작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려오는 그녀, 책방 앞에 자전거를 주차한다. 단아한 모습의 또 다른 그녀. 어느날은 조금더 화려하고, 어느날은 동그란 눈이 돋보이는 자태로 책방에 들어선다. 목요일 오전 독서모임 시간이다. 늘 그렇듯 우리는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주도 늘 그렇듯 독서모임이 진행되었다. 우리 책방에는 아이가 어린 부모도 참석하고, 아이가 어느정도 성장한 부모도 참석한다. 평일 오전시간에 주로 열리기에 엄마들이 주로 책방을 방문한다. (사실 아빠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 3월부터는 수요일 저녁반을 열었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느끼고 깨닫는 것들이 참 많다. 독서 모임이기에 주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주제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달 독서모임 선정도서는 바로 류시화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다. 정말 제목처럼, 인생이란 그런것 같다.

좋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꼭 좋지만은 않은 경우도 있고, 나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히려 좋은 인연이 되어 오기도 한다. 마치 주문과도 같다. 매일매일 선택이 이루어지는데, 우리는 매번 '최선의' 선택을 한다.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매일 고군부투하지만, 언제나 후회나 미련을 둔다.


매일이 새로운 날이다. 독서모임도 한달동안 다루는 책을 가지고 매주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들의 이야기로 꾸민다. 그림책모임에 참여하는 분들도 그림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책에서 와닿았던 문구는 바로 이것이다. 독서모임을 통해 '사람을 읽게된다'는 거였다.

사람에 대해 인생에 대해, 앞으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주로 우리의 일상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자녀와의 상황에 대해, 지금의 현실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매일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이다. 그래서 더 솔직하다. 거리낌없다. 서로를 알아가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이름도 참 예쁜 나영님, 그리고 진아님. 벌써 몇개월이 흘렀을까? 매주 같은 장소에 모여 같은 책을 가지고 논다. 처음 책에다 밑줄을 긋는것도 낯설어하던 나영님은 이제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로 책의 여기저기를 채운다. 책을 보는 '재미'를 알아가는 모습이 보기좋다. 뿌듯하다.

나 역시 책의 재미를 몰랐던 시절, 책을 깨끗이 보는것이라는 생각을 하던때가 있었다. 물론 책에 관한 취향도 다 다르지만, 내가 책의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책을 마음껏 가지고 놀았다는 것이다. 책의 귀퉁이를 접고, 책의 여백에 내 생각을 적어나갔다. 좋은 문구에는 별표를 과감히 칠하고, 형광펜으로 공감가는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책의 재미를 알아가고 책을 가지고 놀게 된다. 책을 어렵게 대하면 책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랬기에. 근처에 책이 뒹굴고, 책이 바닥에도 테이블에도 식탁에도 놓여있다면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책이 있다면, 책이 가까워지고 쉬워진다.


독서모임은 사람을 알아가고 사람에 스며든다. 책을 읽으면서 함께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그림책모임에서도 그림책 하나를 통해 눈물이 터지기도 하고,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책이라는 건 같은 맥락이다. 그림책이든 책이든 함께나눌수록 기쁨과 감동이 커진다. 자녀를 육아하면서 어렸을 때의 기억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지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그때의 기억이 나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사춘기 자녀를 대할때는 거리를 두는 것이 좋은데, 그림책모임에서 독서모임에서 아이가 어렸을때의 그 시절로 돌아가 마음껏 그시절을 그리워하고 누리고 간다. 지금은 방문을 닫아두고 엄마와 외출도 하지않지만, 늘 엄마곁에서 엄마와 함께하던 조그맣던 아이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기도 한다.


독서모임이 왜 좋은가? 라고 묻는다면 '책이 좋아서' 그리고 '사람이 좋아서' 라고 답하고 싶다. 다음달에는 또 근사한 책을 한권 선정해두었다. 벌써부터 떨리고 기대가 된다. 우리 독서모임회원님들과 함께 나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내가 운영하는 최고그림책방은 김포 구래역에 위치해있다. 누구든 환영한다. 목요일 오전모임도 있고 오후모임도 있다. 수요일에는 저녁 6시에 모임이 있고, 주말인 토요일은 2시에 모임이 시작된다. 함께하고 싶은 분들은 <최고그림책방> 네이버카페에서 독서모임신청을 하면 된다.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책을 나눌 분들을 기다립니다. <최고그림책방> 네이버카페에 가입하시면 독서모임 공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함께해서 더 즐거운 최고그림책방 독서모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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