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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Apr 24. 2024

나는 가끔 편의점에서 볼펜을 산다

아차. 집에 들러 책을 챙기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챙기고 나오면서 볼펜을 두고 왔다. 조그만 캘린더에 적어둘 메모들이 있는데, 볼펜을 챙기지 못했다. 조그만 가방 안에 꼭 필요한 것들만 챙기는데, 볼펜은 여전히 후순위인 걸까?


사실 볼펜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가방을 놓고 다녀도, 볼펜을 두고 다녀도 우리가 늘 챙기는 건 바로 휴대폰이다. 화장실에 갈 때도 챙기게 된다는 그 휴대폰. 물론 집에서는 충전기에 꽂아놓는다던지, 소파 한편에 두고 소중히 다룬다.

휴대폰으로 검색하고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휴대폰으로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한다. 단순한 이 기계가 뭐라고. 우리는 늘 휴대폰과 함께 살을 부대끼며 살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볼펜이 필요 없는 건 아니다. 휴대폰으로 나와의 채팅창에 해결해야 할 것들을 적고, 투두 리스트(to do) 해야 할 것들을 메모해 둔다. 그때그때 확인이 편하다는 최고의 장점이 있다.


볼펜은 어떤가. 나는 책에 수시로 적어둔다. 필요한 사항을 메모해두기도 하고, 좋은 구절에 밑줄 치기도 한다.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두기도 하고 해야 할 것들을 책에 적어두기도 한다.

오늘 같은 경우는 작은 캘린더에 지출내역을 메모해 두기 위해서 카페에 방문했다. 캘린더를 챙겼지만, 볼펜을 집에 두고 왔다. 이런 적이 사실 한 두 번이 아니다. 뭔가를 적어야지, 기록해야지. 오늘은 이 일을 해야지. 생각하면서 책과 다른 자료들은 챙기면서 유독 볼펜은 까먹는다. 오늘처럼 말이다.


이런 경우, 바로 편의점이 생각난다. 편의점은 다양한 물건이 존재한다. 먹을 것도 팔고, 과자도 팔고 컵라면도 팔고 맥주도 판다. 수첩도 팔고 충전기도 팔고 약도 판다. 스타킹도 팔고 볼펜, 문구류도 판다. 24시간으로 운영되는 편의점도 있고, 밤에는 운영하지 않는 편의점도 있다. 다양한 편의점이 우리 주변에 아주 많이 존재한다. 내가 사야 할 것이 이 편의점에 있다.


카페 근처 가까운 편의점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문구류가 위치한 자리로 향한다. 이미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어 대략의 위치는 감으로 알고 있다. 늘 먹을거리 위주로 골라왔다면, 오늘은 볼펜을 사러 편의점에 온 것이다.

살 것이 정해지면 우리는 그 물건에 초점이 맞춰진다. 반대로 별 관심이 없다면, 이 자리에 그 물건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다. 오늘도 그랬다.

볼펜을 사러 오기 전까지는 이런 모양의 볼펜이 편의점에 파는지 몰랐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 내가 사려고 한 볼펜이 중앙에 자리했다. 3가지 색깔의 볼펜이다. 바로 옆에 검은색 볼펜이 팔았지만, 나는 이 볼펜을 선택했다. 볼펜을 발견하고 볼펜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든든했다.

편의점에는 약도 있다.

바로 옆칸에는 상비약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타이레놀, 소화제 등등. 대부분의 약국은 저녁 7~8시에는 문을 닫는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기에 편의점은 안성맞춤이었다. 급히 소화제를 찾는 경우, 열이 나는 경우, 감기몸살이 밤 중에 심해지는 경우 편의점에서 비상약을 살 수 있다.

편의점에는 스타킹도 있다.

사실 나는 뭉치로 (여러 개) 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양말도 스타킹도 많이 신는 품목이라 그런지 여러 개를 함께 묶어서 파는 경우가 많았다. 양말은 평소에도 자주 신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스타킹은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사서 신는 편이다.


구두를 신거나 강의를 할 때면 스타킹이 필요하다. 스타킹은 재질이 연하고 부드러운 편이라 한 두 번 신으면 (내가 거칠게 신는 걸까?) 구멍이 나곤 했다. 여러 개를 사두고 매번 빨아서 신을 때도 있었지만, 구멍이 나거나 혹은 모양이 헝클어지기도 해서 그다음부터는 필요할 때마다 사서 신기로 했다. 한번 신고 나면 손으로 조물조물 빨아서 걸어두고는 했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은 이렇듯 우리에게 필요한 다양한 물건을 필요할 때마다 만날 수 있다. 볼펜 하나를 사기 위해 먼 거리의 문구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나는 편하고 좋았다. 스타킹 하나를 사기 위해 대형마트를 돌고 돌아서 원하지 않는 뭉치로 사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었다.


편의점에도 주인에 따라, 지점마다 특색이 있고 분위기도 다르다. 친절하게 인사해 주는 편의점 사장님이 있었고 시원시원하게 인사해 주는 깍듯한 남학생도 있었다. 늘 방문할 때마다 친근히 웃어주고 빨대나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는 분도 있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편의점을 들락거린다. 참! 아이 기저귀를 사기 위해 여러 편의점을 돌아다녔던 기억도 있다. (참고로 아이기저귀를 파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밤에 정말 필요한 것 중에 하나였다)


나는 오늘도 편의점에서 볼펜 하나를 샀다. 내가 쓸거리가 생길 때, 책이나 종이에 기록해두고 싶을 때 볼펜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나 둘 볼펜이 우리 집에 늘어가지만, 내 생각을 정리하고 뱉어두는 볼펜은 나에게 친구와 같은 늘 곁에 두고 싶은 물건이다. 내가 볼펜에 길들여지는 건지, 볼펜이 나에게 길들여지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볼펜 하나에 나는 참 든든했고 쓰는 순간 부드러운 감촉에 또 기분이 좋았다.


가방 속에 볼펜이 없다면? 내가 필요할 때 볼펜이 없다면? 나처럼 가끔은 편의점에서 볼펜을 사보는 것도 좋다. 편의점마다 진열해 두는 볼펜 종류도 다 다르다. 볼펜을 구경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나는 가끔 편의점에서 볼펜을 산다. 앞으로도 어쩌면 그럴 것 같다.



약을 산다


스타킹을 산다

편의점에도 궁합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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