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곱창집이 있다. (아. 몇 년됐구나.) 항상 퇴근 때마다 그 앞을 걸어가기 때문에 이곳의 시작과 현재를 계속 기억하고 있다. 오픈 때만 해도 마마무의 화사가 나 혼자 산다에서 곱창 쇼를 보여주는 시기와 맞물려 대성황을 이뤘었다. 그러다 밑천 드러났는지 서서히 손님이 없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주방은 비어있고 사장과 종업원은 드라마 재방송을 보며 깔깔 대고 있었다. 망할 줄 알았다. 지인 데리고 한번 가볼까 했는데 어렵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며 계속 그 앞을 지나다녔다.
안 되겠다 싶어서 곱창 싫어하는 직장 동료를 억지로 데려가 모둠 곱창 2인분을 주문했다.
아마 내 동료는 인사팀에 조용히 나를 감금 납치죄로 메일을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아직까지는 조용하다.
얼마나 맛이 없길래 손님이 없을까 했는데 나름대로 꽤 맛있었다. 내가 최애 하는 수원 망포역 인근 곱창집과 비교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날 죽이려는 눈빛으로 한두 점 먹었던 동료도 2차로 간 맥주집에서 생각보다 괜찮았다며 공짜로 먹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집에 가서도 와이프에게 저 집 곱창 맛있는데 나중에 같이 가자 라고 할 정도로 준수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그 곱창 집이 이상해졌다. 걸어갈 때마다 눈빛을 교환했던 사장과 종업원은 온데간데없이 1 테이블, 2 테이블, 4 테이블 손님이 보이더니 급기야 지금은 코로나 19로 어수선한데도 불구하고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대성황이다. 참고로 이 집은 체인점도 아니며 동네 맛집 검색을 해도 3~4페이지 정도 가야 나올 정도였는데 말이다.
가게 관련자 분들이 알게 모르게 관절염을 얻을 정도로 열심히 마케팅 활동을 했을 수도 있지만 아파트 광고 전단지도 없었으며 배달 어플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곱창 냄새가 진동을 하고 사람들은 들어가겠다며 웨이팅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무슨 지분 51%라도 있는 주주 같았다. 월세는 제대로 낼 수 있을까 걱정하던 내 생각은 쓸데없는 헛짓거리가 돼버렸다.
유튜브 프리미엄 회원이다 보니 돈 아까워서라도, 뭘 하더라도 유튜브를 이용한다. 그곳에서 참 많은 정보를 얻어가고 즐거움도 얻고 생활의 지혜를 얻고. 야한 장면 빼고는 모두 다 볼 수 있는 이곳을 난 좋아한다.
출퇴근 시간이 길다 보니 와이프 얼굴보다 유튜브 보는 시간이 늘어난 지금이다.
근데 보다 보면 가끔 찡그려질 때가 있다. 정말 좋은 정보, 재밌는 내용으로 설명을 이어가다가 꼭 끝자락에 그런다. "구독, 좋아요, 알람 설정 잊지 마세요"
끝자락이던 처음이던 저런 말을 하는 유튜버들이 대부분이다. 조회수 하나, 좋아요 하나에 수입이 차이가 나서 그럴 수 있겠지만 자꾸 듣다 보니 짜증이 났다.
차라리 자막으로 그런 표시를 해주는 유튜버들이 고마울 정도다. 정말 실컷 잘해놓고 마지막에 그런 얘기를 들으니 꼭 스스로 공부하려고 하면 공부해 자식아 라고 잔소리하던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구독, 좋아요, 알람 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모르겠다. 그들도 그런 마케팅을 통해 수입을 극대화하고 다음 콘텐츠에 좀 더 투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고 하면 할 말은 없겠지만 어차피 고퀄리티 유튜브 채널은 알아서들 구독, 좋아요, 알람 설정을 해놓을 거다. 나도 그렇다. 그냥 책상 앞에 앉아서 마이크 설치하고 블라블라 떠들어 대는데 많은 도움이 될 정도이니.
그냥 그런 단어를 쓸 시간에 3~5초만 더 아이템을 투자를 하면 어떨까 싶다.
왜 그리 오두방정을 떨면서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해요를 해대는지.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고 정보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유튜버들에게는 참 경의를 표한다.
할 일 없어 집구석에서 '종이의 집'을 보면서 우와 우와 하는 나에 비하면 그들은 참 열정적인 거 인정한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3~5초의 시간을 좀 더 투자를 한다면 굳이 저 단어들을 쓰지 않아도, 온갖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한 달에 수백, 수천만원의 돈이 입금이 되는 유튜버가 되지 않을까 건의드려 본다.